IMF한파에도 불우이웃을 위한 온정 끊이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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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IMF한파로 인간관계가 삭막해지고 삶이 고달프다.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불우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들이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해준다.

갓 구워낸 따끈따끈한 빵을 8년째 외로운 노인.어린이들에게 제공하는 빵공장 사람들,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7년째 김치를 담가 주고 빨래도 해주는 가정주부…. 그런 우리 이웃들이 있기에 내일이 결코 어둡지 않다.

○…전남화순군화순읍 미광식품 (대표 金容柱.52) 은 90년부터 복지시설들을 주2회씩 찾아다니며 빵을 제공하고 있다.

팔다 남은 게 아니라 갓 구워낸 월 8천여개의 빵이 천혜경로원과 이일성로원.영신원 등 광주시내 6개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 중인 노인과 어린이들의 입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 어려운 이웃들은 요즘 더 고마움을 느낀다.

이 회사가 밀가루.설탕.식용유 등 원료의 값이 껑충 오른 뒤 수지를 맞추기 위해 각종 경비를 줄이는 등 긴축경영을 하고 있으면서도 도움의 손길을 끊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주지 않았다면 몰라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회사가 좀 어렵다고 끊어서야 되겠습니까. " 공장 문을 닫지 않는 한 빵을 계속 대줄 생각이라는 게 김용철 (金容哲.45) 전무의 이야기다.

○…가정주부 주부월 (朱富月.37.전주시완산구대성동) 씨는 외롭게 혼자 사는 동네노인들에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존재다.

개인택시를 모는 남편.3남매와 함께 빠듯하게 가계를 꾸리고 있는 朱씨가 지난 91년부터 이틀에 한번씩 찾아와 빨래.집안청소는 물론 김치까지 담궈주기 때문이다.

朱씨가 딸.며느리 역할을 하고 있는 독거노인은 모두 5명. 朱씨는 "IMF한파후 남편이 가져오는 돈이 크게 줄어 부업이라도 해야 할 판이지만 이젠 가족처럼 느껴지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을 외면할 수 없어 계속 돌봐주고 있다" 고 밝혔다.

○ …중3년생이 낳은 아이 등 4살부터 60살까지 정신박약자 42명이 살고 있는 전북완주군소양면해월리 예수재활원. 월 5백여만원씩 답지하던 성금이 경제불황 후 3백여만원으로 줄긴 했지만 송기순 (宋基順.52) 원장은 변함없는 사랑을 베푸는 사람들이 있기에 용기를 잃지 않고 있다.

95년부터 멀리 익산에서 매월 50만원씩 들고 와 허드렛일까지 도와주고 가는 李국형 (42.상업) 씨 등 같은 또래의 친목계원 10명이 대표적인 사례. 조그만 장사를 하거나 직장에 다니는, 결코 넉넉지 않은 사람들인데도 재활원에 목욕탕 등을 지어주기 위해 1천만원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

○…광주시동구학동 천혜경로원에서 사는 무의탁노인 75명은 10일 오랜만에 모두 새 한복을 차려입고 기뻐 어쩔 줄 몰랐다.

다달이 적게는 5천원, 많게는 10만원씩 보내주는 5백여명의 후원회원들이 이달에도 종전과 거의 다름없는 정성을 보태준 덕분이다.

○… '예술스튜디오' 이형석 (李炯碩.36.광주시동구충장로1가) 씨는 최근 자신의 '탤런트' 를 불우이웃을 위해 발휘하면서 사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면서도 장애인시설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공짜로 찍어주고 있는 것.

이해석·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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