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단결.화합' 의 깃발속에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치러진 1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내일을 준비하는 야당' 으로 거듭남을 다짐하는 행사였다.대회는 현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는 영상물 상영으로 시작됐고 여당에 대한 성토는 내내 이어졌다.

조순총재의 당헌 변조시비로 전날까지도 첨예하게 대립했던 당권파와 비당권파도 이날만은 결속을 역설했다.

○…전당대회에는 趙총재와 이회창 명예총재의 총재 경선장을 방불케 하는 장면도 있었다.먼저 등단한 趙총재가 여느때와 달리 강력한 톤으로 '큰 정치' 를 표방했으며, 李명예총재는 '새 정치' 를 외치는 등 연설 맞대결을 펼쳤다.

趙총재는 "큰 정치를 하겠다" 고 다짐한 뒤 "이제 더 이상 당권파도 비당권파도 없다" 고 힘주어 말했다.그는 "야당을 파괴하려는 여권의 정략적 책동에 맞서자" 며 대여투쟁을 선언, 강력한 지도자상을 그리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李명예총재는 "대선때 지지를 보여준 1천만 유권자들의 뜻을 잊어선 안된다" 며 은근히 '대권 후보' 였음을 강조. 李명예총재는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투쟁할 것은 투쟁하는 새 정치로 국난극복의 주역이 되자" 고 호소한 뒤 "김대중정부는 사회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고 비난했다.

○…신임 부총재들의 인사말도 현정권에 대한 비판과 단합을 강조하는 내용 일색. 이한동 (李漢東) 부총재는 "여권의 정략에 맞서 당내 결속을 다지자" 고 촉구했으며 김덕룡 (金德龍) 부총재는 "호남편중 인사로 나라가 거덜나고 있다.국민에게 꿈을 줘야 한다" 고 강조.

또 김윤환 부총재는 "조순총재를 정점으로 총력을 모으자" 고 역설했으며 이기택 (李基澤) 부총재는 "오만한 김대중정권을 감시.감독하는 강력한 야당이 되자" 고 힘주어 말했다.신상우 (辛相佑) 부총재도 "분열없는 전진" 을 내세웠다.

○…대회장에는 국민회의 정균환 (鄭均桓) 사무총장, 자민련의 김용환 (金龍煥) 부총재.박구일 (朴九溢) 총장.구천서 (具天書) 총무 등이 축하인사를 위해 참석했다.그러나 '초보여당의 난폭운전' 이라는 새 정권 실정 (失政) 비난 영상물이 방영되고 '총리서리체제 위헌' 등 비난이 이어지자 이들은 굳은 얼굴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결국 이들은 대회초반 서둘러 자리를 떴다.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한나라당 새 지도부에 일단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金대통령은 문희상 (文喜相) 정무수석을 통해 趙총재에게 축하난 (蘭) 화분을 보냈다.그러나 여권에선 한나라당 장래를 밝게 보지 않는 눈치다.정균환 국민회의총장은 "한나라당이 전당대회를 치렀지만 내분이 쉽게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지적했다.

신성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