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대통령궁 유엔사찰완료…화학무기 은닉증거 못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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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라크의 비밀 생화학무기 생산시설로 의심받아온 8개 대통령궁에 대한 유엔의 1차 무기사찰이 아무런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채 4일 완료됐다.

유엔이 파견한 대통령궁 현장사찰 책임자 로저 힐은 이날 "현단계에서 (이라크 대통령궁에) 금지된 물품이 있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수행했다" 고 밝힌 뒤 이라크에서 철수했다.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71명의 무기전문가와 20명의 고위외교관들이 참여해 지난달 26일부터 국제적 관심속에 진행됐던 이라크 대통령궁 사찰이 이처럼 별다른 소득없이 막을 내림에 따라 당사자인 이라크와 미국간에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웃는 쪽은 물론 이라크다.

미국이 생화학무기 생산시설의 은닉장소라고 주장했던 대통령궁 시설을 국제사회에 당당히 공개한 결과 일단은 무혐의로 판정났기 때문이다.

추가 정밀사찰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미국이 이라크에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이에 따라 이라크가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할 명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난처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프랑스.중국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을 비롯해 대다수 아랍국들이 이라크 대통령궁 사찰을 주권침해란 이유로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걸프해에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 결국 사찰이 이루어지게끔 만든 장본인이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은 이번 사찰이 정밀사찰이 아닌데다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 생산시설들을 다른 곳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궁색한 변명' 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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