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힘'의 신인 여배우]오윤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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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새 봄. 신인 여배우 두 사람이 가슴설레며 관객과 만나다. '강원도의 힘' 의 오윤홍 (27) 과 '투캅스3' 의 권민중 (22) .윤홍과 민중, 이름의 어감이 그렇듯 실제로 만나보니 윤홍은 조용한 배꽃같고 민중은 덜렁대는 벚꽃같다.

"연기 하려 하지 말라. " 감독은 주문했다.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 은 도무지 영화같지 않은 얘기를, 배우같지 않은 배우들의 힘을 빌어 펼쳐보인다.

오윤홍은 일상과 가장 흡사한 연기를 끌어내려는 홍감독의 연출미학에 딱 들어맞는 인상이다.

유부남 대학강사와 사랑에 빠졌던 22살의 여대생 지숙. 풋풋하기 보다는 고단해보이는 여대생의 모습으로 그는 일상의 건조한 이면을 드러내보이는 연기를 보여줬다."그동안 여배우라면 '보여지는' 대상으로만 그치는 경향이 없지 않았죠. 여배우의 존재감은 거의 무시돼 왔고요. 이번 연기로 여배우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화장기없는 얼굴로 영화에 출연해야 했지만, 그때문에 더욱 배우의 '존재감' 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철학과를 다시 다녔다.

연기공부에 철학이라니. "인간과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에서는 연기와 철학도 다르지 않다" 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그리고 한 장면에서 열일곱번이나 연기를 반복하면서도 묘한 쾌감을 느꼈다.

"춤을 출 때 몸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같은 것" 이었다.

뜻밖에도 시사회에서 사람들이 많이 웃어 당혹스러웠다는 그는 "유머를 품고 있으면서도 각각의 인물들에게 연민을 갖게 하는 그런 작품" 이라고 영화를 소개한다.

영화 속 지숙과 현실의 오윤홍이 닮은 점 하나. 나이보다 성숙한 지숙처럼 그녀 역시 최신 가요엔 도통 관심이 없고 '꽃반지 끼고' '꽃밭에서' '님이 오시는지' 등을 즐겨부른다.

4일개봉.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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