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버스 노사 '검은 거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대구 시내버스 노조 간부들이 원만한 노사협상에 협조하는 대가로 사용자 측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본지 6월 23일자 8면)가 드러났다.

대구지방경찰청은 12일 대구시내버스운송조합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전국자동차노조연맹 대구시 지부장 장용태(5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모 버스회사 노조위원장 권모(53)씨 등 노조 간부 여섯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대구버스조합 전 이사장 이동명(66.경상버스 대표)씨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2002년 10월 19일부터 26일까지 노조 간부들과 함께 호주.뉴질랜드로 여행을 가면서 이씨에게서 여행경비 2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또 이씨에게서 명절 떡값 명목으로 2001년 10월 700만원, 2003년 1월 1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입건된 노조간부 6명도 이씨에게서 여행경비 200만원씩을 각각 받은 혐의다. 돈을 받은 노조간부 7명은 그해 상반기 노사협상 때 노조 교섭위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또 버스 노조가 2002년 버스조합에 여행경비 지원을 요청했으며 버스조합은 실제 경비 6600만원의 절반인 3300만원을 지원했던 사실도 밝혀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돈이 이사회 결의를 거쳤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년 1월부터 진행되는 노사협상이 잘 타결되지 않자 이씨가 협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간부들에게 '잘 봐달라'고 부탁하며 돈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씨가 장씨 등 노조간부들에게 준 여행경비 5300만원은 시내버스 광고대행사 S사 협찬금으로 마련했고, 떡값으로 준 돈은 버스조합 예산에서 임의로 빼낸 것으로 밝혀졌다. 노조 간부들은 "여행.명절 때 관례로 주고 받는 돈일 뿐 대가성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버스조합에서 받은 돈에 대해 노조 내부에서 말썽이 일어나자 장씨는 받은 돈 3700만원 전액을 이씨에게 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씨가 노조 간부들에게 돈을 주었던 2002년에는 파업이 없었고 2003년에는 파업이 하루 만에 끝났으나 장씨가 돈을 돌려주고 난 뒤인 올해는 8일간 파업했던 점으로 미뤄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노조연맹 대구시 지부는 대구지역 29개 버스회사 가운데 27개 회사(버스 1667대 보유) 노조로 구성돼 있다.

한편 이들 노조 간부들은 해외여행 때 선진국 견학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관광성 여행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은 밝혔다. 노조 관계자도 "호주에서 공영제로 운영되던 시내버스를 타보고 회사 관계자와 간담회를 한 것 외에는 관광을 했다"고 시인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