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짐 떠안아” 강금원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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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강금원(57·사진) 창신섬유 회장이 첫 공판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다.

강 회장은 19일 오전 대전지법 403호 법정에서 제11형사부(위현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공금 횡령 혐의에 대해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부정한 청탁이나 편법을 사용한 적 없다. 횡령죄라니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전면 부인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면서 (비자금)통장도 만들지 않았고 돈도 빼돌린 사실이 없다”며 “횡령한 게 있다면 모두 물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이 ‘정치범’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 강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은 물론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에도 내가 왜 짐을 떠안아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나는 욕심이 없고, 모질게 살아온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권력의 부침에 따라 교도소를 오가는 동네북 신세가 된 자신의 처지가 기구한 듯 소리 내 울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강 회장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면서도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 가운데 나 같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라며 “재판받는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강씨의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뇌종양을 이유로 강 회장이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줄 것을 다시 요청했다. 임정수 변호사는 “서울대병원 진단 결과 당장 뇌수술을 해야 할 만큼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수감 생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석 불허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강 회장은 2004년 이후 부산 창신섬유와 충북 충주 시그너스 골프장의 회사 돈 305억원을 임의로 사용하고 자신의 벌금과 추징금을 회사 돈으로 내게 해 회사에 36억원의 손해를 끼치는 한편 16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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