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포럼]김대중대통령 노믹스와 일자리 창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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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취임함에 따라 새로운 경제정책을 기대하게 된다.

당선후 이제까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경제정책에 깊숙이 간여해온 탓인지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구호에 걸맞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궁금증은 상대적으로 덜한 셈이다.

김영삼 (金泳三) 정부의 경제대강 (大綱) 은 '신 (新) 경제' 와 '세계화' 로 요약되고, 클린턴의 클린터노믹스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 와 '경쟁력' ,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면 김대중대통령의 DJ노믹스에는 무엇이 담겨 있어야 하고 이제까지 정권인수 준비기간중에 간과한 것은 무엇인가.

싫든 좋든 혹은 준비되었든 안되었든간에 지난 두 달 동안은 국제통화기금 (IMF) 이 기본적으로 짜준 골격에 맞춰 구조조정과 개혁을 추진한 기간이었다.

물론 사이사이에 새 대통령의 개인적인 철학이나 집권당의 체취가 스며들었지만 거시금융정책에서 기업의 구조조정과 같은 미시정책에 이르기까지 IMF의 입김은 주도적이었다.

신임 대통령이 위기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별로 없었다.

당분간 IMF와의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주된 과제였다.

이런 기준에서 그동안 신임 대통령이 당선자의 입장에서 처리한 많은 조치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대체로 수긍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의 성적표가 주로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IMF프로그램에 대한 적응력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김대중대통령 스스로의 경제프로그램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김대중정부가 정치적 지지기반을 어디에 두고 일관된 경제정책을 이끌어갈는지를 고려한다면 중요한 문제다.

만약 서민과 근로자, 그리고 취약계층을 기반으로 삼자면 과격한 실업증가는 큰 위협이 된다.

따라서 DJ노믹스의 골격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집단.관료와도 타협할 경우라면 전자의 계층을 설득할 일관된 경제철학과 논리가 필요하다.

이는 '민주적 시장경제' 라고 요약되는 DJ노믹스의 구체적인 실천요강을 둘러싸고 어디에 중점을 둘는지와 관련해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이제까지의 경제운영은 'DJ노믹스' 가 아니라 'IMF노믹스' 였다.

그렇다면 DJ노믹스는? 그것은 당연히 한국경제의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것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일자리 만들기' 경제학이어야 한다고 본다.

IMF노믹스는 충격적인 방법을 통한 '일자리 줄이기' 경제학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나 기업인은 미국의 경우를 즐겨 예로 든다.

유럽에 비해 미국의 실업률이 낮은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커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높고 그 결과로 경기악화때 일시해고된다 해도 재취업이 쉽게 된다는 논리다.

IMF는 이러한 논리에 근거해 고용조정이 쉽게 이뤄져야 경제가 안정되고 장기적으로 재취업의 기회가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신정부의 경제책임자들도 이같은 논리를 수용했고, 그 결과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에서 어렵게 고용조정 (정리해고) 을 둘러싼 타협과 합의가 이뤄진 결과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자리 줄이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줄이기' 경제정책이 성공하려면 국민들이 불안해 하겠지만 길게 보고 고통분담의 고생길에 같이 나설 수 있도록 '일자리 만들기' 정책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벤처기업과 서비스산업이 91~96년 사이 무려 1천2백만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고 해서 우리도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나 정치가가 있다면 안이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에서 벤처 비즈니스가 꽃핀 나라는 유일하게 미국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일자리 만들기와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을 제시하는 것이 DJ노믹스가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길이다.

IMF노믹스가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을 깨부수는 파괴를 뜻하는 것이라면 DJ노믹스는 미래의 희망을 보여주는 창조의 경제학이 돼야 한다.

그러자면 미국식이 아닌 우리 몸에 맞는 일자리 만들기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장현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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