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커피브랜드 잘나간다 … 이젠 해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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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커피브랜드 잘나간다 … 이젠 해외로

토종 브랜드로 커피전문점 200호 점을 낸 이성수 할리스 커피 대표.

 토종 커피전문점이 200호 점을 돌파했다. 할리스 커피 얘기다. 이 회사는 이달 초 서울 사당동에 총신대입구역점을 열고 대표적인 외국계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은 297개다. 국내에서 유명한 또 다른 외국계 커피전문점 커피빈도 아직 200호 점을 내지 못했다.

최근 이성수(50) 할리스 커피 공동 대표를 만났다. 그는 “토종 브랜드도 글로벌 시장에 나가 경쟁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맹목적으로 유명 브랜드만 추종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에 맛이 좋은 에스프레소 커피를 선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같은 자신감의 근거는 매출액에서 나온다. 지난해 671억원으로 전년 대비 48.1% 성장했고, 올 1분기도 지난해 1분기에 비해 55%나 늘었다. 올해 목표는 860억원.

그는 그러나 “1998년 국내 첫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으로 시작했지만 10년이 넘다 보니 할리스 커피 고유의 정체성이 없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200호 점 개점과 함께 요즘 신규 가맹점 인테리어 테마를 전면 교체하고 브랜드 이미지도 바꾸고 있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변신해 새로운 고객을 잡기 위해서다. 계기는 독일 출신 디자이너들의 혹평에서 출발했다.

“국내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독일 출신 디자이너 두 명이 ‘한국 커피전문점들은 모두 비슷비슷하고 특징이 없다. 할리스 커피도 너무 부속물이 많아 무당집같이 어지럽고 수선스럽다’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지요.”

엑스테른 브링크 슈테판과 카를라 율리아란 이름의 두 디자이너는 기존의 브라운 계통 유러피언 카페 스타일에서 벗어나 밝은 분위기에 한국적인 특성을 살릴 것을 제안했다. 이후 이 대표는 인테리어를 교체하며 내친김에 브랜드 이미지까지 바꾸기로 한 것이다. 매장 외부를 바라보고 설치된 커플을 위한 그네 의자, 한국형 좌식 테이블, 공간 안의 새로운 박스형 공간이 새로 바뀐 인테리어의 특징이다.

할리스 커피는 지난해부터 해외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4월 미국 LA에 매장을 열었고 말레이시아에는 3호 점을 준비 중이다. 커피 원두의 본고장 페루에도 이달 중 첫 가게가 개점하고, 다음 달엔 두 곳 더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중국과 베트남에도 하반기에 매장 개점 계획이 착착 진행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매장들은 주로 동포 상권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며 “샌타모니카 같은 번화가에서 스타벅스와 당당히 겨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꼼꼼히 검증해 믿을 만하고 사업 여력이 있는 기업에 국가 또는 지역별 상권을 아예 맡기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해외 시장 진출 기반은 올 1월 경기도 용인에 연간 250t의 원두를 로스팅 할 수 있는 공장을 열면서 마련했다.

이 대표는 “이로써 자체 커피 블렌딩 능력을 확보해 세계 할리스 매장에 할리스 표 커피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생산하는 원두로 이달부터 웅진식품과 제휴해 캔·병·페트병 형태로 파는 ‘할리스 커피온바바’도 내놨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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