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웅 미국 태권도협회 회장의 나라사랑…클린턴의 '대사부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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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국의 살아 있는 무형자산 또는 경쟁력있는 인간 문화상품. 미국태권도협회 이행웅 (61) 회장이 바로 그다. 아칸소 주지사 시절의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대서, 그래서 지금도 클린턴이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이고 “그랜드 마스터 (대사부님)!” 하며 인사를 한단다. 그가 우리만의 고유상품 '태권도' 를 통해 달러벌이에 한몫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태권도 사범의 해외진출이 이미 새삼스런 얘기가 아닌 마당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생길 만하지만 그게 아니다.

우선 그의 성공스토리부터 말하자. 그의 생활무대인 미국 아칸소주에는 '이행웅의 날 (Grand Master Lee' s Day)' 이 있다. 6월9일. 이날 주청사엔 태극기가 걸린다.

88년 지정된 이 경축일은 바로 미국태권도협회 전국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아칸소로 오는 손님이 매년 2만여명이다.

뿌려지는 돈이 1천만달러. 이런 풍경은 그가 83년 '송암 품새' 라는 특유의 태권도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에 나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현재 미국에만 8백30여개 지부에 15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남미.캐나다.아프리카에도 지부가 생겨나고 있다. 송암 품새는 62년 미국 정착 이후 그가 당했던 시련의 산물이다.

흥미를 갖고 찾아왔다가는 조금 배우다 떠나가는 미국인들. 골똘히 원인을 찾다가 내린 결론은 기존의 태권도가 그들의 관심을 지속시키기에 너무 단순하고 비체계적이란 것이었다.

그리고 발차기.정신수도에 대한 현지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에도 허술했다. 이씨는 이런 요소들을 근간으로 정통이 아닌 새로운 품새를 만들기 시작했다.처음부터 앞차기와 옆차기를 가르쳤다.

두달 후엔 돌려차기를, 넉달을 배우면 공중 뛰어차기로 넘어갔다.또한 모든 품새에 동작을 멈추고 정신을 집중시키는 과정을 삽입했다.

대련보다는 자기수련에 초점을 둔 것이다.부상위험을 최소화하는 대련법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아칸소주의 나무가 소나무고 도시 이름이 리틀 록 (작은 바위) 이라는 데 착안한 '네이밍' 전술 - .송암 (松岩)!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10명이 도장을 찾아오면 1년후엔 1명 남을까 말까 하던 것이 5~6명으로 늘어났다.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한 전략이 주효해 수련생들은 가족까지 데려왔다. 그 제자들이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 오늘에 이르게 됐는데…. 문제는 그의 '태권도의 승리' 성과의 대부분이 외국인들 손으로 들어가는 점이었다. 현재 미국내 3천여명의 사범중 한국인은 10여명에 불과한 게 바로 그것. “태권도 보급을 통한 외화획득 같은 건 생각을 못했어요. 한국 쪽에서 제 송암품새를 못마땅해 하는 것도 부담스러웠죠. 지난해 과분한 상을 받고 나니 (그는 KBS가 수여한 해외동포상 특별상을 받았다) 조국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태권도 사범 수출. 그럴 듯하지 않습니까.” 외국으로 진출하고 싶어하면서도 용기를 내지 못하는 태권도 유단자들에게 한국지부 (0343 - 57 - 0105)에서 '송암 품새' 교육과 현지 적응훈련을 시킨 후 미국의 사범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보수는 월 3천달러 (약 5백만원) 정도. 물론 출국과 관련한 제반행정도 도와줄 방침이다. 명퇴자 우선이며 나이가 들수록 환영이다.

올해 계획은 약 1백명 정도. 아칸소 주지사 시절의 클린턴에 대한 물음에 그는 이렇게 입을 연다.

“사생활이야 어찌 알겠습니까. 단지 클린턴은 매우 친절한 사람이어서 도장에서도 여성들에게 인기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태권도맨으로서의 클린턴은 어떨까. “바빠서 자주 도장에 오진 못했지만 한번 배운 동작은 좀처럼 잊지 않았습니다. 강골형이라 할 순 없어도 운동에 소질이 있는 편입니다. 송판 두장 정도는 격파하지요.”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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