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례적인 검찰총장 성명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이 'DJ비자금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진술요구에 일절 불응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를 비난하는 성명을 공개리에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金검찰총장이 성명에서 "인기관리만을 위해 교묘하게 여론을 이용하는 타고난 정치인…" 운운하며 상당히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한 것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수사가 한창 진행중인 사건의 관계자에게 검찰총장이 직접 비난성명을 냈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일이다.

첫째, 이 사건의 경우 한나라당은 고발인측이고 李명예총재는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참고인이 피의자로 변할 수도 있겠지만 검찰은 이 사건 수사 착수때부터 처벌의지를 강조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수사가 한쪽으로 치우쳐 '조사 불응' 사태를 자초하지 않았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둘째, 만일 사건처리를 위해 李명예총재를 반드시 조사해야 했다면 출석요구서를 발부하고 소환하는 등 법적인 절차를 밟았어야 옳았다.

그러나 검찰은 그에 대한 조사 없이도 수사를 종결하고 결과를 발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것은 그 조사가 필수는 아니었다는 방증일 수도 있지 않은가.

셋째, 특정 사건에 대한 검찰의 의견이 있더라도 그것은 검찰총장이 아닌 주임검사가 발표하는 게 원칙이다.

전국 검사를 지휘.감독하는 검찰총장이 특정 개인에 대해 이처럼 감정을 드러낸다면 다른 사건 수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어느 기관보다도 정치적 중립이 강조되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이 정치문제로 번져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야당측의 발끈하는 감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보다 신중하고 현명한 대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