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장존중·미래지향 인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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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차기 대통령이 오늘 국무총리 내정자를 확정한 뒤 이 내정자와 함께 본격적인 조각 (組閣)에 들어간다.

'인사 (人事)가 만사 (萬事)' 라는 점에서 볼 때 새 정부는 이번 조각을 통해 국정수행능력을 첫 평가받게 된다.

'그 사람이 그 사람' 혹은 '겨우 그 정도 인물밖에 없느냐' 는 평가가 나올 때 여야간 정권교체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인사에서 1백% 만족은 있을 수 없다.

때문에 꿰맞추기.구색갖추기.논공행상.정치적 흥정 등 상황적 논리나 편리함을 따르기보다는 일정한 원칙과 기준에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당면과제는 당연히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의 극복이며 조각의 으뜸 원칙도 이것이 돼야 한다.

우리가 IMF의 지원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세계화와 시장경제라는 시대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구적 (地球的) 경쟁은 불가피하며 이러한 경쟁력은 시장경제 원칙을 존중하는 데서 나온다는 철저한 신념을 가진 사람만이 경제위기를 구할 수 있다.

개발독재시대의 관 (官) 주도형 사고는 이 시절에는 오히려 짐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21세기를 눈 앞에 둔 이 시점에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개혁적 인물이 요구된다.

과거에 무슨 자리를 했느냐, 야당이나 재야에서 투쟁을 얼마나 했느냐는 식의 복고 (復古) 적 기준보다는 비전을 갖고 미래를 설계할 능력이 있느냐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정부내의 관료주의.기득권 고수.부처 이기주의 등을 과감히 깨고 새 바람을 넣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권력 해바라기성 인물들은 제외됐으면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줄타기 곡예로 인사때마다 거론되는 이름들에 국민들은 식상해 있으며, 그런 인물들의 등장은 정권교체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과거 정권에서 비리와 관련되거나, 심지어 사법처리까지 받은 인물들이 무슨 박해나 받았던양 나서고 있다.

오죽하면 시민단체에서 이들의 명단까지 발표했겠나. 지연.학연.파벌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특정지역.학교가 우대받느니, 피해를 보았느니, 당료 우선이니, 푸대접이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게 되기 바란다.

아울러 공동정부라는 이유로 5대5 식의 기계적인 인사배분은 피해야 하며, 누가 추천했든 그 자리에 합당한 인재가 우선 충원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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