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MF 의향서-우려와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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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와 국제통화기금 (IMF) 이 합의한 수정 IMF의향서는 외환위기를 극복 중에 있는 한국 경제의 앞날에 우려 반 기대 반의 전망을 낳고 있다.

긴축 일변도의 IMF 개혁 프로그램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경제 현실에 부합하는 거시지표들을 내걸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지금까지 애써 막으려고 했던 대량실업 발생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IMF의향서는 지금까지 1%로 예상한 올 성장률을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도 있다' 고 수정했다.

이것은 올 실업률이 5.9%, 실업자는 1백22만명으로 늘 수도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결국 고물가 속에서 고실업이 발생하고 여기에 고금리와 고환율, 그리고 불황이 장기화하면 올 한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은 전형적인 추락경제의 모습, 바로 그것밖에 없다.

그런 속에서도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는 통화와 재정운용에서 좀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유동성 증가율이 1월 의향서의 13.2%에서 13.5%로 약간 늘었고 재정에서도 3조5천억원 안팎의 적자 운영이 처음으로 용인됐다.

이것은 성장이 더 낮아진다든가 실업이 더 느는 사태가 오면 정부가 손을 쓸 수 있는 재정.금융적 수단이 생긴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나 금융을 풀고 재정에서 돈을 대는 것은 모두 일시적인 대책일뿐 결국에는 금리를 내리고 환율을 안정시켜 한국 경제의 건전도를 높여야 한다.

단기적인 재정적자는 불가피한 일이나 중.장기적으로 호황기의 흑자를 통해 이것을 상쇄할 수 있는 전망이 설 때만 타당성을 갖는다.

재정적자라는 손쉬운 처방에 중독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의향서는 금융개혁의 일정을 아주 못박아 놓음으로써 말만 무성한 이 분야의 구조조정을 보다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금융기관은 기업에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요구하는 일방 앞으로 자신의 존립 요건에 맞도록 스스로의 금융기준도 높이는 사활 (死活) 이 걸린 게임을 벌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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