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만으로도 희망을 주는, 말 앞서 행동하는 성직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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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호 31면

마음 깊이 새겨진 자취를 우리는 인상(印象)이라고 한다. 사람에 대한 인상은 마치 꽃과 같다. 짙은 향기가 단번에 가슴 깊이 파고든다.

내가 본 문병하 목사

 흔히들 말한다. 삶의 자취와 마음이 사람 얼굴을 만들어 간다고. 사람의 표정을 좌우하는 것은 가슴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사람의 향기가 아닌가 싶다. 향내 나는 사람의 얼굴에는 늘 맑은 눈과 밝은 웃음이 있다. 만나면 그냥 기분이 좋다.

 꽃향기는 바람 불고 꽃이 지면 함께 사라지지만 사람의 향기는 어떠한 어려운 경우에도, 오히려 더욱 짙은 내음을 발산한다. 머리가 파뿌리에 가까워질수록 더 진한 믿음의 향기가 내게서 나는 게 작은 바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대중가요의 제목처럼 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말할 수 있다. 시편 90장 6편의 말씀처럼 “풀은 아침에 꽃이 피어 자라다가 저녁에는 시들어 마르”지만 사람은 다르다.

 나는 꽃보다 아름다운 한 사람을 알고 있다. 문병하 목사다. 1990년 교환교수로 미국에 갔을 때 문 목사를 처음 만났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모습은 천진난만한 어린이 같았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는 낯선 곳, 그 막막한 곳에서 우리 가족은 살 집을 구할 때까지 살림이 지극히 소박한 문 목사 집에서 신세를 졌다. 우리 집은 결국 문 목사로부터 독립했지만 그 후에도 그는 미국 생활에서 어려움이 닥치면 언제든지 내게 달려왔다.

 지금은 나도 종교를 갖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나는 사실 종교에 대하여 부정적이었으며 목회자에 대한 느낌도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는 문 목사와 가까이 지내면서 목회자에 대한 내 선입관이 참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일 년 남짓 교회에 출석해 그를 만나는 동안 그는 나의 이런 생각을 더욱 굳히게 했으며, 내게 믿음의 뜨거운 불씨를 옮겨줬다.

 ‘네 눈은 네 몸의 등불이다’는 성경의 말씀도 있지만 그의 눈빛은 언제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초원의 빛이다. 그가 그곳 교민들에게 베풀던 행동에는 아름다운 따뜻함이 있었다. 그는 행동으로 말을 불필요하게 하는 사람이다.

 내가 귀국 후 몇 년 뒤 문 목사도 귀국하여 지금은 그리스도대 교수로 대학원장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서로 생활이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늘 엊그제 만났던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사람의 향기가 내 안에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는 그때 그 표정으로 나를 반긴다. 그것은 그가 목회자로서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항심(恒心)으로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달나라보다도 이웃이 더 멀게 느껴지는 이 세대…. 나는 그를 이렇게 기억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실감나게 하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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