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깊이 읽기] 빈민가 자리에 공원 만드는 게 더 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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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제학의 검은 베일

 토머스 소웰 지음, 박솔라 옮김
살림출판사, 1만3000원

 이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쳤다. ‘그래, 그렇구나’ 하면서 말이다. 소득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지은이가 살고있는 미국도 그렇고 전세계가 그렇다. 양극화 심화란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걸 뜻한다. 그래서 날로 심해지고 있는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진보든 보수든 별 차이가 없다. 방법론만 다를 뿐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양극화 심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근거가 되는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양극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개 가구당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상류층 또는 상위 20%가구의 소득이 하류층 또는 하위 20%가구 소득의 몇 배가 되는지를 따진다. 이게 커지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연구자들이 분석 도구로 삼는 소득은 세전(稅前)기준이라고 한다. 소득세는 어느 나라나 누진적이다. 소득이 많을 수록 세금을 많이 낸다. 반면 저소득층은 세금을 안 낼뿐 아니라 정부 보조금까지 받는다. 이런 것까지 다 감안한 세후 소득을 통계 기준으로 삼는다면 양극화 우려는 한결 줄어들 것이다. 지은이는 그래서 “불균형이나 불평등에 관한 많은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는 상당부분 이렇게 단순하고 확연한 오해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처럼 잘못된 경제학적 믿음을 바로 잡겠다는 노력의 산물이다. 보통 사람이 잘못된 믿음을 갖는 건 별 문제될 게 없다. 다른 사람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정치적 지지를 얻어 정부 정책으로 구현될 때는 “수백만 명의 삶과 생활 수준이 결정된다”. 남녀간 임금의 격차는 성차별때문이라는 믿음, 임대료를 규제하면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이 실현된다는 믿음, 자유무역체제에서는 빈국과 부국의 격차가 더 커진다는 믿음, 도심 빈민가를 없애고 공원을 조성하는 게 더 낫다는 믿음 등이 대표적인 잘못된 믿음이다. 그리고는 확실한 통계를 갖고 논박한다. 지은이는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그릇된 분석”이라고 강조한다. 연구자들의 의도된 ‘잘못된 믿음’이라는 주장이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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