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CP매입허용 안팎…금융 완전 개방으로 기업 급전 숨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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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업어음 (CP) 등 단기금융상품이 외국인에게 개방됨으로써 우리 금융상품의 빗장이 완전히 풀리게 됐다.

지난해 12월 국제통화기금 (IMF) 의 요구로 채권시장을 완전 개방한 이후 유일하게 개방이 안된 채 남아있던 것이 바로 CP 등 만기 90일 안팎의 단기금융상품이었다.

외국인이 주식과 함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부문도 바로 단기금융상품이다.

고금리인데다 단기에 이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발행 단기 재정증권이나 은행발행 양도성예금증서 (CD) 는 물론 기업발행 보증 CP에 대해서도 정부가 2000년까지 원리금을 전액 보장해주기로 돼 있어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수익성과 안정성이 동시에 갖춰진 최적의 투자처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단 IMF 등 외국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국내사정을 놓고 볼 때 CP시장 개방은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음달에만 20조원 가량의 CP 만기가 돌아오는데 이 돈이 제대로 연장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연쇄부도 사태가 우려되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은행 고유계정과 투자신탁회사에 CP 할인은 물론 매출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투신사에 CP 매입 전용펀드를 신설키로 하는 등 CP 매입처를 늘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외국인이 CP를 사겠다면 굳이 막고 있을 처지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외국인이 단기금융상품을 적극 사들이면 단기금리를 낮추고 기업의 자금난을 더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유입될 국제투기자금 (핫머니) 의 충격을 어떻게 흡수하느냐다.

이미 개방돼 있는 채권에 비교적 장기투자 자금이 유입되는 것과 달리 단기금융상품에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이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외환시장은 투기성 자금이 들고나는데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원화환율이 이들 자금의 움직임에 따라 크게 변동하거나 통화.물가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정부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외환거래 때마다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일종의 벌칙을 부여, 잦은 외환거래를 막겠다는 것인데 실제 도입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세금으로는 외환거래세 또는 토빈세 (Tobin Tax)가 거론되고 있다.

외환거래세는 외환거래 때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주식매도 때 물리는 증권거래세와 비슷한 개념이다.

토빈세는 외환거래 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일종의 양도차익세다.

하지만 세금 부과만으로 핫머니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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