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미리 빼야 좋다"…치아관리 힘들고 언젠가는 '탈'생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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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뺄 것인가 말 것인가' 사랑니를 가진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물론 잇몸질환이나 충치가 생겼다면 뽑는 것이 정답. 문제는 아무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사랑니에 대한 조치다.

치과의사들은 이 경우에도 미리 발치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한다.

부드러운 음식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턱뼈가 갈수록 좁아져가는 탓에 대부분의 사랑니가 삐뚤게 나기 일쑤며 바르게 나더라도 구석에 밀려 위치하므로 양치질등 제대로 된 치아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연세대치대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이충국교수는 "시간의 문제일뿐 사랑니는 결국 탈을 일으키기 마련" 이라며 "적절한 기회에 사랑니는 빼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강조했다.

매도 일찍 맞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특히 치과진료비용이 비싼 해외에서 장기체류하거나 치주염등 사랑니에 염증이 생기기 쉬운 임신부라면 사랑니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면 말썽을 빚을 확률이 더 높은 아래쪽 사랑니만이라도 미리 발치하는 것이 좋다는 것. 일단 사랑니가 아프기 시작하면 항생제나 소염제로 염증을 가라앉힌 뒤 발치해야하며 회복속도도 더딘 편이므로 건강할 때 미리 뽑는 것이 좋다.

사랑니가 잇몸에 파묻혀 아예 나오지 않는 경우도 안심할 순 없다.

통계적으로 이러한 사랑니의 12% 정도가 장래 물혹이나 종양등 골치아픈 합병증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잇몸속에 파묻힌 사랑니도 잇몸을 절개하고 뼈속에 파묻힌 사랑니를 미리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장 사랑니를 뽑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가까운 치과 병의원을 찾아 자신의 사랑니 상태를 평소 점검받는 것이 권장된다.

말썽을 빚을 조짐이 보이면 그때 가서 바로 발치할 수 있도록 치아배열을 살펴보는 엑스선촬영검사를 받는등 미리 대비하자는 논리다.

그러나 진화론상 흔적기관에 불과한 사랑니도 필요한 경우가 있으므로 무조건 발치하는 것은 삼가야한다.

썩은 어금니를 대신해 틀니등 보조장구를 고정시키는데 요긴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교수는 "사랑니 앞쪽 어금니가 없거나 충치가 심해 장래 뽑아야할 소지가 있다면 어금니 대신 틀니를 고정하기 위해 사랑니를 함부로 빼선 곤란하다" 고 설명했다.

개원가에서 사랑니 발치를 꺼려하는 것도 문제다.

30여분 이상 시간이 소요되고 출혈과 감염등 발치후 합병증이 우려됨에도 의보수가가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단순사랑니 발치의 경우 치과의사가 받는 시술료가 3천 1백여원,가장 발치가 힘든 형태인 잇몸에 숨은 매복형 사랑니의 발치도 2만 7천여원에 불과하다는 것. 의료보험 환자부담은 시술료의 40%.이 때문에 사랑니 발치를 위해 치과를 찾은 환자들은 푸대접받기 일쑤며 일부 치과 병.의원의 경우 규정수가보다 서너배이상 높은 비용을 자의적으로 받고 있는 실태다.

서울 역삼동 양치과의 양진용원장은 "현재 단골환자들에 대한 서비스차원에서 사랑니 발치를 하고 있지만 아예 사랑니 발치를 하지 않는 치과 병의원도 많다" 고 지적했다.

사랑니 발치는 치과 개원가나 대학병원 구강외과에서 담당하며 부분마취하에 단순형은 30분, 매복형은 2시간가량 소요된다.

홍혜걸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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