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인사청문회 축소 배경…'법을 방패로' 거대야당화살 막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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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사청문회의 도입문제가 간단치 않다.

이번에는 누구를 청문회장에 세울지의 범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국민회의는 대상자를 '국회 동의를 거치는 공직자' 로 한정했다.

장관들은 빠지는 것이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즉각 '모든 각료를 포함시켜야 한다' 고 반박했다.

그리고 금주중에 독자적인 인사청문회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대중당선자의 대선공약은 청문회를 통해 내각전체에 대한 검증을 거친다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때문에 대상자 축소 움직임은 '집권하고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국민회의는 장관을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로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하는 절차상의 어려움" 을 든다.

총리.감사원장.대법원장.헌재소장.대법관 등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과정 (헌법조항) 을 인사청문회 자리로 만들면 굳이 새 절차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적용대상을 확대할 경우 헌법조항과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검증한다는 것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원론적인 점도 들고 있다.

거기에 한나라당이 청문회를 정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는 것같다.

국정수행능력의 검증보다 미확인된 사생활의 공개로 청문회가 변질되면서 金당선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게 될 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같은 당론이 최종확정안은 아니다.

金당선자의 '결재' 가 남아 있고 자민련과도 추후협의를 거쳐야 한다.

자민련은 청문회 자체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DJ대통령.JP총리' 라는 공동정권론을 내세워 대선에서 유권자의 동의를 받은 이상 김종필 (金鍾泌) 명예총재의 청문회는 생략하거나 총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정도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사정들을 감안해 국민회의가 여론탐지용으로 '청문회안' 을 띄운 성격도 없지않다.

일정과 절차도 쉽지않은 과제다.

공석인 감사원장을 제외하곤 대법원장.헌재소장.대법관 등의 임기 (6년)가 아직 만료되지 않은 상태다.

정치권에선 일단 현직들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사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차기 대상자부터 청문회를 적용해야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개최시기도 그렇다.

金당선자가 취임후 대상자를 인선한 뒤 청문회를 할 경우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주요 보직들을 공석으로 남겨둬야 하는 '무정부 상태' 가 된다.

대통령당선자 자격으로 내정한 섀도 캐비닛을 상대로 청문회를 할 법적근거는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이같은 난제들 때문에 "첫 청문회는 결국 약식으로 치러질 것" 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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