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초등학교 학생들이 교내 ‘O!YES 스토어’에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이 곳에서는 모의화폐를 이용해 영어로만 판매·구입이 가능하다. [온양초 제공]
이용래 온양초 교장은 “처음에는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걱정과 우려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전교생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영어도 배우고 물건도 구입 ‘일석이조’=온양초등학교 학생 수는 320여 명. 이 가운데 자신들이 원하는 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절반 수준. 나머지 학생들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교실에서 특기·적성교육을 받는다. 영어에 관심이 많더라도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에 가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요즘은 초등학생 1~2학년만 되도 영어로 인사 정도는 나눌 줄 알고 생활영어는 직접 쓸 줄도 안다. 하지만 여건 상 영어와 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양초가 내놓은 방안이 ‘O!YES 스토어’다. 학교 안에 가게를 만들고 물건을 사고 팔 때 영어로만 쓰게 했다. 어렵게만 느끼는 영어를 실생활로 접목시켜 쉽게 배우도록 하고 갖고 싶은 학용품도 살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22일 올해 첫 시범운영을 한 뒤 다음 달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온양초는 지난해 처음 ‘O!YES 스토어’ 문을 열었다. 매월 둘째·넷째 주 수요일 오후 2시간씩 운영한다. 가게에는 학용품과 장난감, 책, 옷, 음료 등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품목들이 가득하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급한 모의화폐(달러)로 물건을 살 수 있다. 모의화폐는 1달러짜리로 학교에서 직접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매주 1장씩 지급한다.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은 대부분 2~3달러로 1주일에 한 번 받는 1달러로는 구입할 수 없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단계별 영어학습을 만들었다. 10단계로 구성된 영어단계로 한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1달러씩 준다. 10단계를 모두 통과하면 10달러를 손에 쥘 수 있다. 영어만 잘 해도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학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가게운영이 낳은 성과물이다.
가게는 이 학교 교사와 원어민 자원봉사자 온주(30·여)씨가 맡는다. 네팔 출신의 원어민 교사인 온주씨는 가게 문을 여는 날 학교를 방문,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며 교육한다. 온양초 교사들도 ‘O!YES 스토어’에서는 모두 영어만을 사용한다. 영어로 대화를 하지 않으면 수십 달러를 들고 와도 물건을 살 수가 없다.
‘O!YES 스토어’에 비치된 물건들은 학교에서 구입한 것이다. 넉넉하지 않은 학교살림이지만 교사들은 “물건값을 아이들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며 학교운영비를 쪼개 물건을 들여놨다. 교육청으로부터 지원 받은 영어연구학교 운영비 일부에서도 물건값을 보탰다. 물건을 구입한 뒤 가격표를 붙이는 것도 모두 교사들의 몫이었다.
이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열심히 영어를 배워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꼭 사자’ ‘다음 달에는 단계별 영어학습을 3~4단계 통과할 것’이라는 공감대와 경쟁의식이 생겨났다. ‘O!YES 스토어’가 학생들에게 성취동기를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박인환(12)군은 “상점에서 대화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서 좋고, 공부를 하면서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있어서 좋다”며 “원어민 자원봉사선생님은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잘 알려준다”고 말했다.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최유경(37·여) 교사는 “지난해 처음 운영했을 때는 부족한 점도 적지 않았지만 우선 학생들이 좋아하고 배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올해는 2회째를 맞은 만큼 동료교사, 학생들과 함께 영어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신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