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돼지 인플루엔자 비상 - 철통 방역과 자발적 신고로 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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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멕시코 발(發) 돼지 인플루엔자(SI)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멕시코에서 사망자 수가 이미 100명을 넘어섰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환자로 의심되는 사례도 영국·프랑스·뉴질랜드·브라질 등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히 지구촌 공동의 공중보건 비상사태라 할 만하다.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과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전례에서도 보듯 오늘날의 세계는 전염병이 국경을 넘어 급속도로 확산될 수밖에 없는 위험에 처해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수없이 많은 사람과 물자가 매일 국경을 넘나드니 제 나라 안에서 아무리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한다 해도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이 병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선 보건 당국이 강력하고 효율적인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범정부 차원의 대책기구도 즉각 구성해 허점이 생기거나 실기(失機)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한국-멕시코 간엔 직항편이 없고 대개 미국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당국은 이 승객들을 우선 검역 대상으로 삼을 방침이라 한다. 이들만 해도 하루 5000~1만 명에 달한다. 이 병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이고, 미국발 승객이 아시아 등 기타 지역을 경유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체 승객으로 검역이 확대돼야 안전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감당할 만큼 인력·장비가 넉넉지 않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잠복기에 입국한다면 공항 내 열감지기에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 민간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위험 지역을 여행한 사람 중 발열·기침 등 증세가 나타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검역 당국에 신고해야 마땅하다. 이 병은 제때 발견하면 얼마든지 치료될 수 있는 질병이니 지나친 공포심을 갖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면 된다. 멕시코 이외 지역의 환자들은 비교적 경미한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사망까지 이르지 않은 점을 봐도 그렇다. 질병이 의심스러운 사람은 조속히 감염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진단 키트를 갖춘 대형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도록 하자. 지금 필요한 건 괜한 두려움이나 호들갑이 아니라 경각심과 시민정신이다.

정부는 치료 효과가 입증된 타미플루도 서둘러 추가 확보해야 한다. 현재 250만 명 분량이 확보돼 있는데 선진국 수준인 전 인구의 20%쯤은 갖추어야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이 고가이긴 하지만 사안이 시급한 만큼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해 적절한 물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