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벌정책 진로와 과제]1.신정부 재벌정책과 한국재벌의 구조…지배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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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재벌의 기업지배 구조 (corporate governance) 는 특이하다.

우리나라도 외견상으로는 주주총회.이사회.감사 등 소유.경영의 3권분립체제로 되어 있다.

그러나 오너 (최대주주) 한사람이 인사.투자 등 모든 경영사항에 관해 전권을 행사하고 있어 기업지배구조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주주총회부터 그렇다.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대주주의 지분이 높다.

그리고 그 대주주도 대부분 창업자나 그 가족이다.

더구나 그동안은 경영권을 보호한다고 소수주주의 권한행사를 봉쇄했다.

회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경영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려면 1~3%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

한사람의 소수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제소하는 '대표소송권' 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사회나 감사도 유명무실하다.

최고경영자이자 최대주주인 오너가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면 주주총회는 이를 무수정 통과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이사가 회사안에서 경영진으로 일하고 있다.

오너가 뽑고, 오너를 위해 일하는 이사로서는 감히 오너의 경영을 감시.견제할 처지가 아니다.

또 이사 본인이 직접 참여한 회사경영에 대해 이사가 견제.감시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외국에서는 사외이사.사외감사를 주주총회가 선임토록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주식시장과 기업 인수.합병 (M&A) 시장도 회사외부에서 '시장' 을 통해 경영규율이 가능하다.

다른 나라는 그렇다.

만일 경영상태가 좋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팔게 되고 그 결과 해당 회사의 주가가 떨어진다.

회사 경영진이 주가에 신경쓰는 이유는 주가가 떨어지면 회사가 헐값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인수.합병)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식시장과 '기업시장' 이 활발하면 오너나 경영진이 경영을 개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 때문에 아직은 M&A가 활발치 못하다.

또 외국에서는 채권금융기관이나 기관투자가도 경영감시를 한다.

많은 돈을 꿔주었거나 투자했으니 당연한 권리행사다.

우리나라는 이것도 어렵게 돼 있고 실제로 은행은 원리금 상환에만, 기관투자가는 주가등락에만 관심이 있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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