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탐방] “무릎수술 실수는 없다” 외국의사도 배우러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무한경쟁, 무한도전 시대’. 의료계도 예외가 아니다. 의료시장은 이미 국내에서 세계 무대로 바뀌고 있다. 환자들은 우수하고, 값싼 진료를 받기 위해 국경을 넘나든다. 의료기관은 국내 환자의 해외 유출을 막고, 외국 환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연세사랑병원(대표원장 고용곤)은 개원 6년 만에 3개 병원(경기도 부천, 서울 방배동·공릉동) 220병상을 갖춘 관절전문병원으로 급성장했다. 최근 대한민국 글로벌 의료마케팅대상을 수상한 연세사랑병원을 찾았다.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의사들이 관절내시경 시술을 참관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제공]

올해 초 연세사랑병원은 중국 항저우 제1인민병원 정형외과 의사 지첸(季成)과 쿤밍의대병원 천훙(陳鴻) 교수로부터 병원을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병원 측은 이들이 지난해 11월 관절내시경 시술을 배우고 간 터라 이유를 물었다. 천 교수는 “지난 연수 때 컴퓨터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과 연골재생술 등 첨단 수술법이 흥미로웠다”며 “이번엔 발목 수술·연골판 이식술·연골재생술 등 다양한 수술기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학병원에선 수술이 하루 두세 건인 데 반해 이곳에선 20건 이상 수술을 참관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엔 매년 20∼30명의 외국 의사가 다양한 관절 수술법을 터득하기 위해 방문한다. 관절경 다국적 기업의 국제 교육기관으로 지정받을 정도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연세사랑병원엔 7개의 특수전문센터가 있다. 분야별로 연골재생·인공관절·관절내시경·어깨상지관절·족부·척추·체외충격파센터로 세분화했다.

환자 관절 최대한 살려 수술

최근 관절 수술의 경향은 자신의 관절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 다양한 치료술의 발전은 같은 퇴행성관절염 환자라도 치료법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절골술이다. 대상 환자는 연골이 손상된 퇴행성관절염 초·중기이면서 O자형 다리를 가진 환자다. 관절의 휜 각도를 정상 위치로 돌려놓는 이 시술법은 자신의 관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장점이다. 문제는 과거 절골술의 경우 각도 계산이 정확하지 않아 만족도가 떨어졌다. 이를 극복한 것이 컴퓨터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다.

연세사랑병원은 4년 전부터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400여 건의 절골술을 시행했다. 이 병원이 지난해 10월 유럽 무릎관절 분야 과학인용색인(SCI)저널인 ‘KSSTA’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환자군이 기존 방식보다 교정 각도가 훨씬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석 깨던 체외충격파, 오십견 치료용으로

체외충격파기는 신장 결석이나 담석을 깨는 장비로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장비. 이 장비는 오십견·석회성 건염·테니스 엘보·족저근막염·퇴행성 무릎 관절염·요통·근막 증후군 등 60여 가지 정형외과 질환에 두루 쓰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석회성 건염과 족저근막염·테니스엘보 치료에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연세사랑병원은 2007년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체외충격파학술대회에서 근골격계 통증이 있는 환자 936명(어깨 통증 256명, 무릎 통증 296명, 근막증후군 139명 등)에 대한 성적을 발표했다. 1주일 간격으로 3회에 걸쳐 치료한 결과, 환자의 80%에서 증상이 사라지거나 호전되는 반응을 보였다.

강북연세사랑병원 어깨상지관절센터 김성훈 진료부장은 “과거엔 스테로이드 주사나 절개술 때문에 환자 부담이 컸다”며 “체외충격파 시술로 족저근막염이나 석회성 건염 치료가 부작용도 덜면서 간편해졌다”고 말했다.

수술환자 집 방문해 재활운동 가르쳐

지난해 연세사랑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집에서 요양을 하던 홍모(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최근 병원 운동처방사의 방문을 받았다. 병원에서 재활법을 배우긴 했지만 방법이 서툴러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운동처방사는 찜질팩과 밴드를 제공하고, 이를 이용해 관절의 근력을 키우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

홍씨는 “최근엔 병원에서 온천에 데리고 가 물을 이용한 치료법도 가르쳐 줬다”며 “병원에서 사후관리까지 신경을 써줘 감격했다”고 말했다.

연세사랑병원 스포츠메디컬센터엔 현재 석·박사급으로 7명의 재활팀이 활동하면서 수술 전 근력 강화운동과 수술 후 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 원장은 “똑같은 수술을 받아도 퇴원 후 재활을 얼마나 잘하느냐 따라 예후가 다르다”며 “환자의 만족도가 결국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인터뷰]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
“수술 성적 보면 한국 수준 선진국 못잖죠”

-외국 병원과 비교할 때 경쟁력이 있나.

“흔히 미국이나 유럽의 관절·척추 수술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앞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술 성적을 보면 우리나라 의술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관절내시경 분야의 경우 해외 논문 발표 수가 미국·일본 다음으로 셋째다.”

-외국 의료진이 연수를 많이 오고 있는데.

“4년 전부터 중국·베트남·인도·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6개국에서 60여 명이 넘는 관절 분야 의사들이 다녀갔다. 흔히 개원 의사는 지속적인 연구가 힘들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이를 깨기 위해 관절·척추 의료진이 모여 주 1회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연구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외국학회 참가·연수 기회도 정기적으로 주어진다. 2008년 한 해에만 SCI급 해외 학술지에 임상 및 기초 논문을 7편 발표했다.”

-치료 성적과 수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환자에게 적합한 맞춤 치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나이·성별·질병의 진행 정도를 파악해 수술 방법을 선택한다. 수술 방법이 다양한 만큼 가능하면 자신의 관절을 보존하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재활이다. 사회에 빠르게 복귀하도록 병원 내에 스포츠메디컬센터를 만들었다. 운동생리학을 공부한 석·박사 출신의 운동처방사가 재활을 돕는다.”

-앞으로 계획은.

“의료진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퇴행성 관절염의 조기진단과 치료다. 질병이 진행되기 전에 미리 진단해 치료하면 자기 관절을 보존하며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지만 늦으면 인공관절을 갈아 끼워야 한다. 병원에 설치한 특성화센터 역시 이런 기능을 수행하도록 더욱 전문화할 계획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