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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권료 다툼에 울상짓는 야구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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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만남을 통해 유치한 궁금증 하나는 해결됐다. 멤버 중 막내 서태지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켰더니 그길로 탈퇴를 선언하고 뛰쳐나갔다는 소문은 진짜였다고 한다. 인터뷰 말미에 다소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던 또 하나의 주제가 지금도 갑갑하게 머릿속을 맴돈다. 콘텐트의 온전한 값어치.

‘신대철 시대’는 소비자들이 레코드 가게에 들러 케이크 사이즈의 검정 LP판을 사고, CD가 막 세상에 선을 보이던 시절이었다. 이제 록그룹의 시대는 사라진 지 오래고, 아이돌 그룹이 대세다. 영화나 드라마의 OST를 만들면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가 판을 치고 있다. 제작한 음악으로 저작권료를 받아 생활을 꾸려가야 하는 음악인들로서는 기가 막힌 현실이다. 설 무대가 줄어드니 창작수입이 더욱 절실한 그들이다. 신대철은 “10년 전 MP3가 나오면서 CD 판매액이 급감했다. 영화 하는 친구들에게 ‘너희도 이제 멀지 않았다’고 했더니 코웃음을 치면서 ‘음악은 메가 단위지만 영화는 기가 단위라서 그럴 리 없다’고 했다. 그후 어떻게 됐나”라고 반문했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 탓에 생기는 혼란이 어찌 음악계뿐이랴. 요즘 프로야구에서도 그런 문제가 생겼다. 중계권료를 놓고 케이블 채널 4사와 한국야구위원회의 위임을 받은 에이전시가 다투는 바람에 한동안 야구중계가 중단됐다. 다행히 주말부터 중계가 재개된다는 소식이 들리나 협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문제의 핵심은 IPTV에 대한 콘텐트 재판매권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야구 시장의 주류였던 케이블 채널과는 또 다른 플랫폼인 IPTV에 넘기는 야구 콘텐트의 값어치를 놓고 줄다리기 중이란 것이다. 케이블사는 기껏 만든 콘텐트를 경쟁자나 다름없는 IPTV에 헐값으로 넘기지 못하겠다는 것이고, 에이전시는 야구 게임의 원천 소스는 한국야구위원회 소유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미디어 시장의 급변으로 생기는 문제라 앞으로도 논란이 예상된다”며 “종전에 없던 영상저작권료 개념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억~2억원 차이의 액수를 놓고 미디어 업계가 ‘유통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안 정작 그 게임을 제작하는 이들, 즉 선수와 감독은 철저하게 배제돼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아픈 몸 이끌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나가 감동을 만들었던 김인식 같은 감독이나 선수들은 겨우내 준비했던 모든 것이 헛수고로 돌아갈까 답답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콘텐트가 중요하다고 다들 강조하면서 왜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걸까.

김성원 JES 스포츠2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