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류 보고서]남북관계(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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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한 모두 올해로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았다.

2월25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정부가 출범하고, 북한에서는 김정일 (金正日) 이 올해 주석직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관계가 새 전기를 맞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가 악재로 등장, 우리 기업의 대북 (對北) 투자 여력이 없어 남북경제협력이 크게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국에서 실업자가 늘면 한국사회의 내부혼란 조장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사가 단독 입수한 통일원 산하 민족통일연구원 (원장 丁世鉉) 의 '98년 정세 전망 : 통일환경과 남북한 관계' 보고서를 통해 남북관계.북한 정세.동북아 정세를 조망해본다.

새 정부의 전향적 대북정책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식량지원을 매개로 적십자회담을 통해 유지돼온 남북관계는 외환위기에 따른 대북 지원의 제약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식량확보를 위해 남한보다 미국.일본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한의 기존 통미봉남 (通美封南) 정책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역.경제협력은 질적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한계를 보일 전망이다.

◇ 남북대화

최대 이슈는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다.

남한 신정부가 정상회담을 예견하고 있고, 김일성 (金日成) 사망으로 연기된 정상회담 합의가 김정일의 당총비서 공식 승계로 유효하게 된만큼 정상회담은 핵심 현안으로 부상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체제불안 우려로 4자회담과 같은 다자 회담을 제외한 남북 당국간 직접대화에는 쉽사리 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북측도 남측 신정부의 대북정책 타진을 위해 단기성 대화 제의를 해올 가능성은 있으나 당국간 대화의 정례화는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세차례에 걸쳐 개최됐던 적십자회담은 지원물자의 판문점 통과 문제로 갈등이 계속되겠지만 북한의 식량난을 고려할 때 인도적 차원의 틀이 유지될 전망이다.

4자회담에 대해 북한은 식량지원을 의제와 연계시키기 위해 본회담을 사실상 예비회담화하거나 주한 미군 문제에서 강경자세를 견지, 주도권을 장악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적극적이고 중국도 호응하고 있어 하반기께 분과위원회 구성 정도의 성과가 예상된다.

◇ 교류.협력

지난해 남북간 총 교역규모가 3억달러를 넘어서는 순조로운 발전을 나타냈으나 올해는 IMF체제 속에서 남한기업의 대북사업이 한계를 보일 전망이다.

기업의 대북 투자는 시장 선점 방식이 아닌 수익성 평가에 의한 접근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탁가공 교역은 북한이 외화 획득 및 경공업 발전 기회 확보를 위해 선호하고 있고 남한 기업도 북한의 저임 노동력 활용 및 대북 투자 대비 차원에서 적극적이기 때문에 계속 활기를 띨 가능성도 있다.

사회문화교류는 북한이 원칙적으로 피하고 있으나 외화 획득을 위해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만큼 올해도 학술.종교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이산가족.식량지원

이산가족 문제는 체제의 취약성 노출을 우려하는 북한의 소극적 태도를 감안할 때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 요구는 증가할 것이나 우리 경제사정 악화로 정부차원의 지원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민간차원의 식량지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경수로사업

북한의 핵개발 동결을 위한 핵심 사업이라는데 한.미.일이 일치하고 있고 북한 역시 적극적이기 때문에 순조로운 진행이 예상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포의 본공사 부지 정지작업으로 남북간 인적.물적 교류도 증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본공사를 위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와 한전간의 상업계약 체결, 한.미.일 3국간 비용분담 합의, 북한의 본공사 착수 승인 등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비용분담 협상은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는 사안이며, 한국에선 경제적 어려움에 비춰 비용 분담률을 놓고 논란이 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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