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래지향 인수위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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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권인수위가 가동되면서 그 활동 방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인수위는 각부처에 업무현황과 고위직 인적사항 등 일반자료를 요청함과 아울러 각종 민감한 현안에 대한 소관부처 자체 분석 및 평가를 별도로 요구했다.

경제위기 초래 원인에 대한 분석, 경부고속철도 등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자체 평가를 비롯해 지역민방.종합금융사의 인.허가 과정 등에 대한 자료도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런 종류의 자료를 요구한 것과 결부해 여러 해석들이 구구하다.

일부에서는 경제청문회를 열기 위한 조사작업이라느니, 김영삼 (金泳三) 정부의 실정백서 (失政白書) 작업의 일환이니 하는 분석과 함께 현정부의 과오를 본격적으로 해부해 책임을 묻기 위한 활동으로까지 해석하고 있다.

특히 인.허가 문제를 놓고 비리를 조사해 처벌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인수위가 발족되면서 현 경제위기가 초래된 원인과 대형 사업 등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수위가 현 정부의 비리를 캐내 조사하라는 주문은 아니었다.

과거의 정책과 사업을 평가분석해 새 정부의 정책결정 방향에 미래지향적으로 활용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지금 나오는 얘기들은 인수위가 마치 과거를 뒤지는 기관인 것처럼 오해를 살 소지가 크다.

일부 부처에서 공문서 등을 불법으로 폐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연관돼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인수위 대변인은 "인수위를 비리조사위원회처럼 보는 것은 잘못" 이라는 발표까지 했다.

인수위는 현 정부와 다음 정부간의 업무인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 만든 가교 (架橋) 역을 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본연의 업무는 뒷전에 가고 비리조사나 하고 처벌 대상을 색출하는 활동이 주류인 것처럼 비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현황파악을 하다 잘못이 드러날 경우 적절한 처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권출범도 안된 마당에 벌써부터 비리조사니, 청문회니 해서 흔들어 놓으면 스산한 사회 분위기를 더욱 어지럽게 만들 뿐이다.

인수위는 과거보다 미래지향의 활동을 벌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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