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상처뿐인 첫 축구 성지 순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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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결과다. 허망했다.”

승부차기 실축 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맨유의 베르바토프. [런던 AP=연합뉴스]

영국 진출 5년 만에 처음으로 밟은 영국 축구의 성지 웸블리에서 패배를 맛본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소감이다.

맨유는 20일 오전(한국시간) 웸블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08~2009 FA컵 준결승전에서 연장까지 120분 대접전을 0-0으로 마친 후 맞이한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부상과 불운으로 웸블리 출전 기회를 네 차례나 놓쳤던 박지성은 이날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후반 21분 폴 스콜스와 교체될 때까지 66분을 활약했지만 승부를 결정짓지는 못했다. 이날 패배로 박지성은 ‘영원한 스승’ 거스 히딩크 첼시 감독과의 맞대결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맨유와 첼시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나란히 올라 있어 결승에서 맞붙게 되면 5월 28일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첫 대결이 성사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루니와 호날두, 긱스를 엔트리에서 빼는 대신 마케다·웰벡·깁슨·파비우 등 젊은 피들을 대거 투입했다. 아무래도 FA컵보다는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에 주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의 미숙한 경기 운영 탓에 맨유는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다. 전반 25분 박지성이 올린 예리한 크로스를 마케다가 미처 잡지 못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박지성은 후반 18분 세 명의 수비수 사이로 왼발 터닝슛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살짝 비켜갔다.

연장전에 돌입하자 다급해진 퍼거슨 감독은 베르바토프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승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오히려 베르바토프가 첫 번째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 실축했다. 두 번째 키커 퍼디낸드의 슛마저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힌 맨유는 고개를 떨어뜨려야 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박지성은 한참 동안 골대를 바라봤다. 영국의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박지성에게 “열심히 뛰었다”는 평가와 함께 평점 7점을 매겼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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