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당선자의 휴일동정…오전에 미사·자택서 정국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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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대통령당선자는 21일 서울 서교동성당에서 당선기념 미사에 참석한 것을 빼곤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두문불출한 채 정국구상에 몰두했다.

이날 자택을 찾은 사람들은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 김한길.김옥두 (金玉斗) 의원 등 측근 인사들과 당선 인사차 찾아온 외신관계자 2~3명 뿐이었다.

업무와 관련해선 오전 한때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이 찾아와 정권인수위와 12인 경제대책위 등의 인선작업을 잠깐 논의한 게 유일했다.

하루종일 자택 주변에는 청와대에서 파견된 경호요원들과 정복차림의 전경들이 배치돼 방문객들을 차단했다.

당선기념 미사 참석도 보도진에조차 사전에 알리지 않아 경호원을 제외하고는 당내 천주교 신자 5~6명만이 함께 한 단출한 행사였다.

오전11시5분쯤 성당을 찾은 金당선자는 때마침 미사가 진행중이자 뒤쪽에 앉아있는 장남 김홍일 (金弘一) 의원 옆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김옥두.장재식 (張在植).정동영.김한길의원과 장성민 (張誠珉) 부대변인 등이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미사일정중 하나인 친교의 시간에 金당선자는 주변의 교인들에게 말없이 목례를 건넸고 그를 알아본 교인들이 곳곳에서 그에게 목례를 했다.

송재남 (宋在南.세례명 알퐁소) 주임신부는 “지역간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고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를 극복해 제2의 한강 기적을 이룰 수 있게 축복해 달라” 고 기도했다.

특히 미사 말미에 宋신부는 “이곳은 金토마스모어 (金당선자의 세례명)에게 영혼의 안식처” 라며 “모두 함께 대통령 임기를 끝내고 오실 때 더 좋은 기억이 남아있기를 기도하자” 고 말했다.

그는 “축하식을 준비했지만 자숙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언론보도가 있어 축하식을 못해드려 아쉽다” 며 “바쁘신 일정인 만큼 조용히 보내드리자” 고 말을 맺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온 金당선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다" 고 말한 뒤 성당에서 추진중인 남북청소년 사랑나누기 모금행사에 성금을 전달했다.

곧이어 金당선자는 '축 金토마스모어 대통령 당선' 이란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성당을 뒤로 하고 일산 자택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날 당선기념 미사에 참석한 金당선자는 성당의 주임신부까지 IMF체제 극복을 기원할 만큼 경제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된 때문인지 수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특히 金당선자는 IMF 지원 속에서도 계속 불안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외환위기와 고용불안 등 경제난 타개방안에 부심한다는 후문이다.

鄭대변인은 "경제위기 해소가 온 국민의 첫번째 관심이 듯 지금 당선자의 최우선 관심도 경제" 라고 전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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