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자본 들여온다…정부, 미국 증권 4사와 투자협상 진행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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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미국 주요 상업 금융기관과의 비공식협상에 나섰다.

외화공급을 늘리고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투자창구인 상업 금융기관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재정경제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유수의 증권사인 샐러먼 스미스바니.골드먼 삭스.모건 스탠리.J P 모건 등 4개사와 자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협상중이다.

이들은 협상과정에서 대한 (對韓) 투자의 전제조건으로▶단기채등 자본시장의 보다 과감한 개방▶국내 금융기관 및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M&A) 자유화▶재벌체제로 대표되는 국내 기업경영체제 개선 및 과잉투자 정비▶부실금융기관 및 기업의 신속.과감한 정리▶법정관리.화의 등 퇴출 (退出) 제도 정비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와 무디스사도 이번 협상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며 “우리가 미국 증권사들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의 투자 유치에 성공할 경우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이 급속히 회복될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초 기업어음 (CP).양도성예금증서 (CD).1년미만 재정증권 등 단기금융상품까지 외국인에 개방할 방침이다.

또 내년 중반으로 예정돼 있는 외국인의 국내 은행.증권사 인수 및 현지법인 설립 허용시기를 내년초로 앞당길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지법인 설립허용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미국 증권사가 정부발행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외평채) 인수는 물론 국내 은행.증권사의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면서 자유화 시기를 앞당길 것을 요구했다” 며 “이에 따라 외국인의 적대적 M&A를 조속히 허용하는 것을 포함한 M&A활성화 방안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 증권사들은 기업집단 결합재무제표의 조기 작성과 대기업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완전 해소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는 200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는 신규로 상호보증하는 행위는 내년부터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미국 증권사들은 또 법정관리.화의 등 퇴출제도를 전면 정비하고, 부실기업에 정부가 보조금을 주거나 세제지원을 하는 것도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중인 기아그룹의 공기업화에도 반대하고 있어 기아처리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다시 논의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밝혔다.

고현곤·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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