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인수·인계 미묘한 입장차…청와대 재촉에 느긋한 당선자(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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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쪽과 김대중 (金大中) 당선자 진영은 모두 상호 협조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적극 협력하겠다는 생각도 같다.

그러나 속도와 깊이를 두고는 은근히 다르다.

오히려 청와대는 서두르는 쪽이고 당선자 캠프는 서두르는 게 능사가 아니란 생각이다.

단적인 예가 청와대 일각에서 거론됐던 경제부처 장관 임명권의 이양문제. 당선자 진영은 "헌법을 존중해야 한다" 며 사절한다.

당연히 일반의 관측과 달리 섀도 캐비닛 (예비내각) 은 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청와대측이 이미 이를 부인하긴 했지만 양 진영의 현 시국인식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법적.제도적으로 완벽한 준비를 갖춘 뒤 국정에 임하겠다는 것이 당선자 진영의 인식이다.

워낙 문제가 많은 현 정권인 만큼 서두르다 자칫 골칫거리만 뒤집어 쓸지 모른다는 경계심도 자리하고 있다.

이종찬 (李鍾贊) 기획본부장은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차원에서 협력할 것" 이라고 밝혔다.

대외관계 등에서 대통령이 하다가 힘이 부치면 돕겠다는 것이다.

인수.인계위 구성문제도 양측의 생각이 약간 다른 부분이다.

청와대는 행정적 차원의 인수.인계위 구성을 추진하는 등 실무적 차원의 기구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당선자 진영은 법적 제도화도 구상하고 있다.

이해찬 (李海瓚) 기획본부 부본부장은 사견임을 전제, "관례대로 임의기구에서 인수.인계하는 것보다 법으로 기구를 만들어 여기서 논의하는 게 투명하고 정확하다" 고 지적했다.

인수위를 법적 기구로 구성할 경우 현정부의 공과 (功過) 등에 대한 정밀한 '재고조사' 가 가능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빼면 양쪽의 기본구상은 대개 일치한다.

우선 金대통령은 정례적으로 당선자와 만나 국정을 협의하겠다는 것이고, 金당선자도 대통령과의 만남을 찬성하고 있다.

과거 대통령과 여당대표처럼 주례회동은 어렵겠지만 내년 2월25일의 새 대통령 취임일까지 67일동안 4~5회 만날 전망이다.

92년 '노태우 (盧泰愚) 대통령 - 김영삼 당선자' 간의 인수.인계 때는 시작과 끝에 단 두번 만났다.

청와대는 정책협의기구 설치를 희망하고 있고 당선자 진영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청와대 구상은 양측 참모들끼리 정책의 방향을 잡은 뒤 내각과 국민회의.자민련 양당이 당정협의하는 형태다.

DJT연대도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제대책위를 구성해 놓고 있다.

재경위.통산위 소속 양당 의원 12명이 위원인데 전문가 등을 보강, 개편할 계획. 당선자 캠프는 청와대의 안 (案) 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뒤 이쪽의 입장을 '통보' 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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