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당선자 고향 표정…눈물로 환희 표출 "지역 감정 이젠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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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대중 대통령 만세' .무등산이 활짝 웃고 영산강도 춤을 췄다. 감격의 물결은 국민회의 김대중 (金大中) 후보의 고향섬 하의도에도 퍼져 축제 분위기로 넘실거렸다.

◇ 광주.목포 = 金후보가 밤새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당선을 확실하게 굳힌 19일 새벽 광주 도심은 쏟아져 나온 젊은이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등 환희로 물결쳤다.

도청앞 광장과 금남로.충장로 등에는 오전1시쯤부터 1만여명이 몰려나와 길거리 곳곳에 술자리를 펴놓고 기쁨을 함께 했다.

영업시간을 이미 훨씬 넘겼음에도 술집 안은 탁자마다 축배의 잔을 부딪치는 소리로 가득했고 주인들은 "오늘 술값은 공짜" 라면서 계속 술을 내놓기도 했다.

아파트단지마다 밤을 잊은 채 삼삼오오 모여 술파티를 벌이면서 불야성을 이루는 등 빛고을 광주는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이 기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남광주 수산시장에서 새벽장사를 준비하던 김광식 (金光植.65) 씨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주름이 깊게 팬 눈가로 연신 눈물만 흘렸다.

차량들은 5.18 현장이었던 전남도청앞 광장과 금남로를 지나며 경적을 울렸고 망월동 5.18 국립묘지에서는 DJ와 고난의 길을 함께 걷다 숨진 영령 앞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DJ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도 金후보의 승세가 굳어지자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18일 오후8시35분쯤 처음으로 金후보가 역전, 선두에 나선 뒤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후보와 엎치락 뒤치락하다 오후 11시를 전후해 승기를 잡고 10만표 이상으로 앞서 나가자 수백명이 길거리로 나와 술판을 벌였다.

◇ 하의도 = 金후보의 고향인 전남신안군 하의도의 후광리.대리 주민 4백여명은 밤을 새워 개표 결과를 지켜보다 19일 새벽 당선이 굳어지는 순간 너나 할것 없이 눈물을 흘렸다.

주민들은 뛰쳐나와 얼싸안고 울다가 웃다가 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만세' 를 외치며 한 지도자의 탄생을 축하했다.

"어릴 적부터 의지가 굳고 지도력이 뛰어나 큰일을 해낼줄 알았어. " "40년을 기다려온 인동초가 피어난 거야. " 노인정에서 초조하게 텔레비전을 지켜보던 마을 어른들은 金후보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얘기꽃을 피웠다.

金후보와 함께 서당을 다닌 김춘배 (金春培.85) 씨는 "金후보가 7세때 대학을 줄줄이 외울 정도로 기억력이 좋았다" 며 "훈장이 처음 보고 '나라의 큰 인물이 될 게 분명하다' 고 일찌감치 예견했다" 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 金후보 당숙인 김상배 (金相培.84) 씨는 "대중이는 어릴 적부터 회초리를 아끼지 않은 엄한 어머니로부터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해 왔다" 며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그때마다 우뚝 일어선 국민의 진짜 지도자" 라고 말했다.

마을 어귀 농로에서는 주민들이 횃불 1백여개를 대낮처럼 밝혀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젊은이들도 승합차 등에 나눠 타고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金후보의 친조카 김홍선 (金洪宣.33) 씨는 "오랜 세월 준비해온 만큼 국민들의 기대와 여망을 담아 새날을 열어갈 것" 이라며 울먹였다.

하의도는 金후보가 태어나고 유년.소년기를 보낸 곳으로 길이 6㎞.면적 34㎢. 목포항과 직선거리는 34㎞로 배로 두시간 남짓 걸린다.

광주·목포·전주·하의도 = 이해석·서형식·구두훈·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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