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대선]시간대별 투표율…호남 투표율 오후 급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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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번 대선에서 각후보진영이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본 것은 투표율이었다.

투표율이 승부를 가르는 최대 변수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고정표가 단단한 김대중 국민회의후보가 유리하고 반대의 경우 지지자의 분포가 넓게 퍼져있는 이회창 한나라당후보의 승산이 높아진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었다.

87년 대통령선거의 투표율은 89.2%였고, 92년 대통령선거 당시의 투표율은 81.2% 였다.

이번 대선 투표율도 이전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그러나 오후5시까지의 투표진행상황을 보면 투표율이 92년 14대 대통령선거를 계속 웃돌고 있어 80%에 가까운 투표율이 예상되고 있다.

선관위 공식 집계에 따르면 이번 대선 투표율은 첫 집계가 나온 오전9시부터 지난 대선의 6.7%보다 훨씬 높은 11.6%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선관위는 이번 대선의 투표시작 시간이 지난 대선의 오전7시보다 1시간 빠른 오전6시이기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봤으나 시간이 지나면서도 투표율은 계속 지난 14대 대선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번 대선에서 투표율이 낮으리라 예상했던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이번 대선에 영남권 출신 후보가 없다는 점이어서 투표율은 75% 전후로 예상됐었다.

후보자와 출신 지역의 투표율간 상관관계는 지난 13대와 14대 대선 당시 TK지역 (대구.경북) 의 투표율을 보면 명확해진다.

13대 대선에는 노태우 (盧泰愚) 후보가 TK출신으로 경남의 김영삼 (金泳三) 후보, 호남의 김대중 (金大中) 후보와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당시 대구의 투표율은 89.9%, 경북의 투표율은 91%로 모두 전체 평균 투표율 89.2%보다 높았다.

14대 대선 당시는 김영삼.김대중.정주영 (鄭周永) 후보의 3자구도로 TK후보가 없었다.

그러자 TK지역의 투표율은 현저히 낮아졌다.

대구 78.5%, 경북 80.6%로 13대보다 각각 11.4% (대구).9.4% (경북) 씩이나 떨어졌다.

대구.경북 모두 전체 평균 투표율 81.9% 밑을 맴돌았다.

이번 경우 영남권의 투표율은 오전에는 지난 대선과 같거나 오히려 높은 투표율을 보였으나 오후에는 둔화현상을 보였다.

반면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높던 호남권의 투표율이 오전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했으나 오후들어 급상승 추세를 보였다.

호남지역의 이런 현상은 김대중후보측에서 다른 지역 유권자들의 경계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 지역에 '투표시간을 늦추라' 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또한 지난 92년 대선에서 호남의 오전 투표율이 높게 나타나자 오후 영남지역의 투표율이 갑자기 높아진 것을 의식한 호남지역의 김대중후보 지지자들이 '자율적' 으로 투표시간을 조절한 결과일 수도 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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