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대선]숨막힌 개표 드라마 국민신당…"양자구도로 표잃었다"패인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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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인제후보가 낙선하자 국민신당 관계자들은 그의 거취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 당직자는 "내년 5월 실시될 지방선거에서 성공하려면 李후보가 당권을 쥐고 당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고 주장했으나 李후보 주변에선 "당권을 놓고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에게 좋지 않게 비칠 것인 만큼 李후보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는게 모양새가 좋다" 는 의견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실정. 李후보는 19일 당직자회의에서 대선결과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당직자들은 李후보의 득표율이 20%선에 그치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출구 여론조사 결과가 20%에도 못미쳤다는 소식에 당황해하면서도 "투표함 뚜껑이 열리면 많이 달라질 것" 이라던 고위 당직자들은 개표 초반부터 여론조사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자 일찌감치 상황실을 뜨는 등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만섭 (李萬燮) 총재· 박찬종 (朴燦鍾) 선대위의장은 개표시작 직후 잠시 상황실에서 개표 진행상황을 지켜봤으나 이내 자리를 비웠다.

李총재는 이후 집무실에서 TV를 보다가 李후보가 오후10시10분쯤 상황실과 실.국 사무실 곳곳을 돌며 당원들을 격려하고 귀가하자 역시 같은 방법으로 당원들을 위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朴의장도 굳은 표정으로 상황실에서 나와 "잠깐 쉬겠다" 며 당사를 떠난 뒤 복귀하지 않았다.

당직자들은 돈과 조직의 열세, 양자구도 형성에 따른 선두주자로의 표쏠림 현상이 결정적 패인이었다고 분석. 이들은 " '이인제 찍으면 김대중이 된다' 는 한나라당의 지역감정 자극전략 때문에 이렇게 됐다" 며 "지역대결 구도를 만든 이회창후보와 한나라당은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돈과 조직이 없는 가운데서 이 정도 결과를 얻은 것은 기적" 이라며 "낙담말고 당장 내일부터 지방선거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고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또 다른 당직자도 "선거후 당이 지도체제 문제로 분열되거나 잡음을 노출하지 않고,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들을 많이 영입하면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이라고 권토중래를 다짐.

이상일·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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