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반 MB교육’ 교육감, 교육정책 충돌 우려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주민 직선으로 치러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김상곤 후보가 당선됐다. 전교조·민주노총·민주노동당 등의 지지를 받은 김 당선자는 ‘반(反) MB교육’의 기치를 내걸었다. 자율과 경쟁, 학교 다양화와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는 정부 교육정책과 엇나가는 목소리를 낼 공산이 크다. 우선 경기도 초·중·고교 교육행정에 변화가 예상된다. 경기도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학교(2000여 개)와 학생수(186만여 명) 규모가 가장 커 교육계 전반에 미칠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 자칫 학교 현장이 정부 교육정책과 이에 반대하는 교육감의 견제로 분열 현상을 빚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김 당선자가 정부 교육정책과 상충하는 부분은 한둘이 아니다. 내년 3월 도입되는 자율형 사립고나 특목고를 ‘특권교육’이라고 몰아세우는 그로서는 이들 학교의 도입과 확대에 부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전국 단위 학력평가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학생들을 줄 세우는 학력평가엔 반대한다는 게 김 당선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전교조의 거부로 진통을 겪고 있는 학력평가가 더 꼬일 처지다.

역대 최저인 12.3%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에서 김 당선자가 얻은 표는 전체 유권자의 4.9%에 불과하다. 교육감으로서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런 만큼 김 당선자는 전체 유권자의 뜻을 헤아려 신중한 교육행정을 해야 한다. 학생·학부모·교사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늘 견지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 실험을 한다는 이유로 교육과 학생을 망치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이번 경기도교육감 선거도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마찬가지로 혼탁 양상이 도를 넘었다. 엄정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였다. 후보자 간 교육정책 대결은 뒷전이고, 상대편 헐뜯기와 고발이 정치판 뺨쳤다. 정당이 개입하면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도 무색했다. 640억원의 엄청난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유권자가 외면하는 이런 선거를 치렀어야 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를 몇 차례 확인한 만큼 이제 교육감 선출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처방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교육감 직선제를 그대로 끌고 가서는 정치꾼 교육감, 반쪽 교육감을 낳을 뿐이다. 교육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감 직선제를 고집하는 한 공교육의 미래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