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총재·김종필총재 연합후 자민련 "불임정당" 불만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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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DJP 단일화 합의후 자민련내에선 "불임 (不姙) 정당이 됐다" 는 자조가 곳곳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특히 김종필 (金鍾泌) 총재와 김용환 (金龍煥) 부총재외엔 거의 모든 당직자들이 협상의 소외지대였다.

두사람의 얼굴 표정만 보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 을 점쳐야 했던 그들이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지역구에서 거센 항의를 받고 당직 거부사태에 들어갔다.

경기지역의 한 중진 의원도 "특히 70대 노인 정치인 2명이 앞으로 10년은 나라를 요리한다는 식으로 합의사항이 알려져 지역구에서 운신하기 힘들다" 고 말해 거취문제를 심각히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렇게 역풍이 불자 김용환부총재는 30일 대구.경북출신 의원들을 만나 설득에 나섰다.

安대변인과 박구일 (朴九溢).이의익 (李義翊).박종근 (朴鍾根).김종학 (金鍾學) 의원은 "지역정서상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을 길이 없다" "협조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당을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비상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 고 반발했다.

이들은 오는 11월3일 양당의 당무위원.소속의원들이 김대중.김종필총재와 함께 하는 합의문 연대 서명식에 불참하거나 서명 거부등 정치적 사보타주를 할 것같다.

이들중 한 의원은 "여기서 계속 정치하려면 알아서 처신하라" 는 지역구민들의 노골적인 탈당압력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구.경북지역을 다독거리는 역할을 할 박태준 (朴泰俊.무소속) 의원의 총재영입 계획에도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이날 저녁 朴의원은 자택에 이 지역 의원들을 초청해 협조을 당부했지만 "백약이 무효인데 朴의원인들 별수 있나" 는게 이들 의원의 정서다.

특히 두 金총재의 27일 회동때 나왔던 '김종필총재가 국무총리를 맡는다' 는 합의문 대목이 '권력 나눠먹기식' 으로 비판받자 金부총재는 '김종필총재' 를 슬그머니 '자민련측' 으로 바꿔버렸다.

그런데도 金부총재는 "원래부터 '자민련측' 이라는 표현을 쓰려했다" 며 앞뒤가 안맞게 둘러댔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동집권하에 앞으로 반반씩 나눌 정부등 요직에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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