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허드서커 대리인'…코엔형제의 할리우드 첫 진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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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블러드 심플' '아리조나 유괴사건' '밀러스 크로싱' '바톤 핑크' 에서 '파고' 에 이르기까지 기발한 아이디어와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미국 독립영화사에 화려한 이름을 새겨놓고 있는 코엔 형제. '허드서커 대리인' 은 뉴욕에서 늘 배고픈 상태로 저예산 영화만 만들어왔던 이들이 무려 4천만달러 (약 3백60억원) 라는 거액을 받아 할리우드에 진출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때는 58년이 저물어가는 연말. 허드서커사의 회장이 44층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한다.

바로 그날 어리숙하고 선량한 시골청년 노빌 (팀 로빈스 분) 이 이 회사 우편실에 취직한다.

노빌은 회장의 청색편지를 머스버거 이사 (폴 뉴먼 분)에게 전달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가고 그 자리에서 머스버거는 그를 후임 회장으로 전격추대한다.

무능한 경영으로 허드서커사의 주식을 폭락 시킨뒤 회사 경영권을 쥐려는 것이 머스 버거의 음모. 여기에 아르고스 신문사의 기자 에이미는 취재를 위해 신분을 숨기고 노빌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우리의 순진한 노빌은 훌라후프를 개발해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순식간에 뛰어난 경영인으로 추앙받는다.

초초해진 머스버거는 노빌을 음해하는 거짓 정보를 신문사에 넘기고 이에 충격을 받은 노빌은 44층으로 올라가 투신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때 허드서커 회장이 천사가 되어 나타나 청색편지를 상기시킨다.

편지에는 출세만을 목표로 삼았던 자신의 인생에 대한 후회와 함께 차기 회장에게 자기 재산을 전부 증여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던 것. 코엔 형제의 작품중 비교적 단순하고 미지근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동화적 이야기 전개가 색다른 볼거리를 주는 영화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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