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 활명수, 80억 병 팔린 112세 노장 … 영원한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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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브랜드 이야기 코너의 첫 테이프는 국내에서 가장 장수한 브랜드로 끊어야 할 것 같다. 오래됐을 뿐 아니라 현재도 전체 소화제 시장 점유율 50%로 굳건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연평균 매출이 10%씩 늘고 있다. 동화약품의 ‘활명수’ 얘기다.


지금까지 팔린 활명수는 80억 병. 가로로 눕혀 길이를 재보면 지구를 24바퀴 돌 수 있다. 활명수는 1897년 처음 생산됐다. 국내 최초의 등록상표(부채표)와 등록상품이란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고종 황제 시절 궁중 선전관(요즘의 경호실장)으로 있던 민병호 선생이 전의들과 가까이 지내다 궁중 비방을 알아냈다. 여기에 외국 원료를 추가로 넣어 11가지 생약 성분으로 만들었다. 병에 넣어 휴대하기 쉽게 한 것이 획기적이었다. 당시엔 정말 배탈로 죽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생명을 살리는 물’이란 이름이 실감났다.

활명수 스토리는 조만간 책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한양대 경영학부 예종석 교수가 이달 중 『활명수 경영학-한국 마케팅 111년의 역사』(가칭)를 탈고한다. 국내에서 단일 제품의 성공과 장수비결을 분석한 책은 이번이 처음. 그만큼 활명수의 상징성과 중요성이 남다르다는 게 예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활명수 브랜드의 성공은 제품의 신비로운 스토리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갖고 있는 제품이란 점도 성공 이유다. 만주에까지 독자적인 유통망이 있었고, 전국에서 경품 잔치를 벌이는 등 마케팅 기법도 당시로선 선구적이었다.

활명수의 또 다른 장수 비결은 끊임없는 개선이다. 변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에 맞춰 60년 이후에만 다섯번 처방을 바꿨다. 병 디자인도 변신을 계속했다. 지난달 초 12년 만에 포장을 바꿨다.

1910년대 60mL 활명수 한 병의 값은 50전. 설렁탕 두 그릇에 막걸리 두세 잔을 사먹을 수 있는 비싼 가격이었다. 60년대엔 진로소주 영업판촉팀이 퍼뜨린 ‘활명수 칵테일’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활명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다. 대표적인 게 65년 라이벌 ‘까스 명수’의 등장이었다. 삼성 제약이 청량음료를 벤치마킹해 생약 성분에 탄산가스를 첨가해 내놨다. 67년 동화약품은 이에 대항해 기존의 활명수에 탄산가스를 넣은 ‘까스 활명수’를 내놨다.

활명수의 지난해 매출은 400억원. 동화약품 전체 매출의 22.8%를 올려주고 있는 효자 상품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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