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박물관 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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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마카오는 작다.

총면적이래야 서울의 일개 구보다 작은 20평방㎞에 인구는 고작 45만명. 유명한 경치나 기념물도 많지 않다.

그러면 '도박의 도시' 답게 도박이나 하고 갈까. 아니다.

이곳에서는 금세기 최고의 카레이서 아일톤 세나와 미하엘 슈마허를 만날수 있다.

레드와인.화이트와인은 물론 희귀한 그린와인등 수백종의 포도주를 맛볼수 있고 호탕한 성격의 포르투갈인 박물관장도 만날수 있다.

마카오는 '박물관의 도시' 다.

이 조그만 땅에 세계 유일의 '그랑프리 박물관' 이 있고 '와인 박물관' 과 '해양 박물관' , 그리고 '타이파하우스 박물관' 이 있다.

이제 마카오에 가면 슬럿머신이 아니라 박물관 기행을 해보자.

▶그랑프리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 아일톤 세나 (브라질)가 반긴다.

지난 95년 레이스 도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최고의 카레이서. 그가 83년 마카오그랑프리에서 우승할 당시 몰았던 도요타 자동차와 헬멧.유니폼이 전시돼 있다.

그 옆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레이서 미하엘 슈마허 (독일)가 90년 우승당시 몰았던 폴크스바겐이 날렵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난 54년 첫대회를 시작한 마카오그랑프리 40주년을 기념해 지난 93년 문을 연 그랑프리 박물관. 이곳에는 1회대회 우승차를 비롯, 20대의 자동차와 8대의 모터사이클이 전시돼 있다.

일부는 기증받고 일부는 거금을 주고 샀다.

또 하나의 명물은 마카오 그랑프리의 스릴을 그대로 맛볼수 있는 2대의 시뮬레이터. 실제 코스를 그대로 화면에 옮겨놓은 시뮬레이터에 탑승 (?

) 하면 엄청난 스피드와 벽에 부딪치는 충격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다.

묘한 쾌감이 스쳐 지나간다.

직접 운전도 할수 있는 시뮬레이터에 도전하려 했으나 수리중.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시뮬레이터에는 CC - TV가 설치돼 있어 탑승한 사람들이 놀라고 웃고 무서워하는 표정들을 밖에서 화면으로 볼수 있는 잔재미도 있다.

▶와인 박물관

포도 (葡萄) 라는 한자어는 포르투갈에서 비롯됐다.

99년 중국에 반환되는 마카오는 아직 포르투갈령. 그랑프리 박물관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마카오 와인 박물관에는 포르투갈에서 생산되는 1천5백여종의 포도주중 8백여종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는 기원전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부터 현재 포르투갈에 이르기까지 와인 제작과정을 알수 있다.

물론 시음도 할수 있다.

처음 맛본 그린와인. 독특한 향이 괜찮다.

갑자기 시끄러워 진다.

목소리도 큰 브라가 (50) 관장. "웰컴" 을 연발한다.

포르투갈 브라가 지방이 고향이어서 성도 브라가인 그는 7백년동안 와인을 만들어온 집안의 자손답게 와인 박물관 관장직을 즐겁게 수행하고 있다.

▶해양 박물관

이곳에서는 동아시아 지역의 항해 전통.배 발달과정.여러가지 배 모형.항해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어민들의 생활과 관습, 탐험가들의 역사적인 이야기들이 주제별로 영어.포르투갈어.중국어로 설명되고 화면으로도 볼수 있다.

마카오 주변 동아시아 바다에는 어떤 어종들이 잡히는지 지도로 상세히 알아볼수도 있다.

▶타이파하우스 박물관

활 모양의 아름다운 다리로 연결돼 있는 타이파 섬에는 20세기 초반 마카오에 살았던 포르투갈인들의 생활양식을 보여주는 타이파하우스 박물관이 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조그만 것도 기념하고 남기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마카오 =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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