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인 아웃백'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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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플린더스산맥에서 오페라가 처음 열린 것은 지난 88년. 유럽인들의 호주 정착 2백주년에 맞춰 기획된 것이다.

첫 무대에 키리 테 카나와가 출연해 화제. 현지 언론은 "그녀가 나타나자 처음 이틀동안 퍼붓던 비가 그쳤다" 고 할 만큼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다.

하얀 피부에 금발인 외모에서는 통 짐작이 안가지만, '키리 테 카나와' 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과 영국인 사이의 혼혈이다.

호주 사람들은 내륙의 오지를 '아웃백 (outback)' 이라 부른다.

최대 스폰서인 전력회사 '옵티마 에너지' 의 이름을 앞에 붙이면 '옵티마 오페라 인 아웃백' 이다.

유난히 운 (韻) 이 잘 맞아 떨어진다.

의상이나 출연자의 면면을 볼 때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도 '오페라' 를 이름에 고집하는 것은 이 때문인지 모른다.

오페라 전후로 시골 소읍의 축제와 컨트리뮤직과 바베큐파티가 어우러지는 '오지의 오페라' 는 호주 최대의 자원 (資源) 인 천혜의 자연과 호주문화의 정체성을 나란히 결합시킨 행사다.

스웨터에 부츠 차림, 원주민의 구전 가락과 오페라 아리아가 어우러지는 콘서트는 유럽인들에 비해 격식에 그다지 얽매이지 않는 호주의 전통과, '약탈' 에서 '공존' 으로 바뀌어온 대 (對) 원주민 정책의 역사를 상징하는 듯하다.

이 오지의 오페라 팬들을 흥분시키는 소식 하나. 행사 책임자 보브 로트는 행사 막바지 기자회견에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폐막에 맞춰 열릴 세번째의 '오페라 인 아웃백' 을 위해 '세명의 국제적인 오페라 가수' 와 접촉중" 이라고 발표했다. 입빠른 사람들은 그 유명한 '세명의 테너' 가 아니냐고 추측한다.

관심이 있다면 국내에서는 호주관관청 (02 - 779 - 8927)에 문의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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