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에 자유를” 지구촌 시위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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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티베트(시짱·西藏) 봉기 50주년 기념일(10일)을 맞아 중국과 티베트 망명정부가 성명을 통해 난타전을 벌였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중국의 티베트 지배를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전날 미국 하원에는 중국에 대해 티베트 억압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제출됐다.

인도 다람살라에 망명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이날 봉기 50주년 기념 연설에서 중국의 티베트 지배와 티베트에 대한 탄압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인도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중국은 티베트인을 깊은 고통과 압제의 수렁으로 몰아넣었고,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을 정도로 티베트인들은 생지옥을 경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어 “티베트의 문화와 정체성은 중국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티베트의 자치권을 회복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중국을 비판하면서도 달라이 라마는 비폭력 평화노선을 강조했다. 망명 티베트인 2000여 명은 “중국은 떠나라” “티베트는 티베트인의 것”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 행진을 벌였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은 이날 외신 브리핑에서 “중국의 시짱 자치구 민주 개혁은 봉건제도를 몰아낸 기념비 같은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달라이 라마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흑백을 전도시키고 루머를 퍼트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세계 곳곳에서 티베트의 독립과 종교 및 인권 자유를 촉구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미국에 망명 중인 티베트인 수백 명은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티베트에 자유를 달라”고 외쳤다. 티베트청년의회 쩌링 팔덴 뉴욕지부장은 “중국이 50년간 티베트에서 압제와 학살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인도 뉴델리에 있는 간디 기념관(라즈가트)에 집결한 1500여 명의 시위대는 “국제사회가 티베트 독립을 위해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티베트 일대와 칭하이(靑海)·간쑤(甘肅)·쓰촨(四川) 등 티베트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 대해 군경을 증파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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