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수목적고 설립취지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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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특별한 교육목적을 띠고 설립된게 특수목적고다.

과학정보화시대를 이끌 과학영재의 조기발굴.육성이라는 취지에서 과학고를, 국제화시대의 외국어 조기교육은 필수적이라는 사명감으로 외국어고를 세웠다.

지금 이 과학고와 외국어고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문제의 발단은 특목고에 적용해 왔던 비교내신제를 폐지하면서 비롯됐다.

내신에 불이익을 보게 될 재학생과 학부모들은 집단자퇴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고, 우수한 지망생들은 특목고 지원 자체를 꺼리는 쪽으로 사태는 돌아가고 있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특목고 존폐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우리는 다음 몇가지 이유에서 특목고는 살려야 한다고 판단한다.

첫째, 설립취지가 정당하고 교육목적이 올바르다면 그 취지와 목적에 상응한 교육적 장치를 갖추는게 당연하다고 본다.

과학.수학.외국어 조기교육을 시켰으면 대학진학에서도 일반고와 다른 가중치를 부여해야 하고 동일계 진학에서는 비교내신을 적용하는게 설립취지에도 맞고 영재교육 양성에도 합당한 조처다.

특히 무한 경쟁시대에서 대학의 경쟁력만 중요한게 아니다.

중.고교육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종래의 평준화교육으로써는 감당할 수 없는 교육의 수월성.경쟁력을 특목고를 통해 확보하고 단계적으로는 평준화정책을 완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실적으로 과학고나 외국어고 학생들의 학력수준은 일반고보다 높다.

엄연히 있는 학력 차이를 없다고 우기는 것은 비교육적 현실기만이다.

고교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현실적 학력차이를 인정하고 특목고의 설립취지를 살릴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이제 전적으로 대학에 달렸다.

교육부는 이 문제에 손을 털고 비교내신제 적용여부는 대학자율에 맡겨버렸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대학은 평준화 잣대를 일률적으로 적용해선 안된다.

대학자율에 입각한 비교내신제 적용이 대학과 고교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 변수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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