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리양 유괴사건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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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나리양의 시신이 발견된 서울동작구사당3동215의11 3층건물 주변은 시신이 부패하면서 생긴 악취가 진동했으며 경찰이 입구를 차단하고 취재진과 인근 주민들의 접근을 금지했다.

나리양의 시신은 건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커다란 스펀지 덩어리 2개로 은폐된 자주색 등산용 가방 안에서 발견됐으며 알몸으로 눈과 입에는 청색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경찰은 나리양의 혀가 나와 있고 부패정도가 심한 것으로 미뤄 10일전께 질식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신있던 건물 악취진동

…나리양의 시신이 발견된 건물 지하 21평은 용의자인 전현주 (全賢珠) 씨의 남편 崔모씨가 1월 건물주인 李모 (50.건축업) 씨에게 "연극 소품 작업실겸 살림집으로 사용하겠다" 며 보증금 3백만원, 월세 30만원에 임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李씨는 10일전쯤 부인이 "全씨가 웬 아이를 데리고 왔다" 고 말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며 2~3일전부터 악취가 심해 崔씨에게 "쥐나 고양이 시체가 썩는 것같으니 청소를 하라" 고 말은 했지만 나리양인 줄은 몰랐다고 설명.

"며칠전부터 낌새 이상"

…이 건물 주변에 사는 朴모 (29.회사원) 씨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던 지하에 며칠전 20대 남자 2~3명이 들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집주인 아들 친구들인 줄 알았다" 고 말했다.

朴씨는 또 "평소 건물 주변에 쓰레기가 널려 있어 악취를 의심하지 않았고 3일전부터 악취가 심해졌지만 그저 쓰레기 냄새려니 했다" 고 말했다.

아버지는 망연자실

…아버지 박용택 (朴龍澤.40) 씨는 "절대 그럴리 없어요. 아니에요" 라는 말만 되뇌다 어금니를 꽉 깨문채 어깨를 들먹였다.

…나리양이 살았던 서울서초구잠원동 원천한신8차아파트 주민들은 나리양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결같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주민 金인순 (76) 씨는 "믿을 수 없다.

그렇게 예쁜 애를 어떻게 죽일 수 있나. 반드시 범인들을 모두 잡아 극형에 처해야 한다" 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담임교사도 눈물삼켜

…나리양이 다니던 서울서초구 잠원동 원천초등학교는 학생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나리양이 끝내 살아 돌아올 수 없게 됐다는 소식에 온통 울음바다가 됐다.

같은 반 洪지연 (8) 양은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연신 울먹이며 "나리가 죽었을리 없어요. 얼마나 착한 애였는데요. 내가 더 잘해줄 수도 있었는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나리양의 담임교사인 조남각 (53) 씨는 "나리가 죽었을리 없다.

다시 한번 확인해 달라. 인면수심의 인간들이 도대체 어떤 자들이냐" 며 고개를 떨궜다.

김태진.최재희.장혜수.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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