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M&A와 경쟁력 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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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추세가 둔화되고 기업의 부실화와 도산이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유발하면서 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기업인수.합병 (M&A)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M&A는 기업간 상호보완성에 의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자산매각.인력조정 등 자원의 재배치를 통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순기능 (順機能) 을 갖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퇴출시장의 비효율성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M&A시장이 활성화된다면 기업의 부실화가 과도히 진행되기 이전부터 M&A를 통한 구조조정이 가능해 국가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기업간 M&A는 또한 비효율적이고 무능한 경영진에는 외부감시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경영.지배구조 측면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주주경영자의 독단적 경영이 문제시돼 왔는데, 최근 기업들이 주주관리에 부쩍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도 M&A의 활성화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로 볼 수 있다.

최근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의 기업간 M&A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과거의 M&A는 내용면에서 산업합리화 차원의 정부주도에 의한 타율적 기업합병과 계열기업간 합병이 주류를 이뤄 왔으며, M&A의 진수라 할 수 있는 공개매수가 시도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년전 일로 그 사례도 10여건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기업간 M&A가 부진한 이유로는 경제성장과정에서 정부가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해 온 것과 이에 따른 경영권프리미엄의 상승으로 대주주경영자가 기업경영권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국민정서 측면에서도 M&A를 남의 기업을 강제로 빼앗는 것으로 해석해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M&A와 관련된 정책결정과 M&A의 성패여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몇차례의 경영권분쟁에서도 나타나듯이 M&A의 진행과정은 언론 등을 통해 대중에게 쉽게 노출되며 이 과정에서 M&A의 부정적 측면이 크게 강조된다.

반면 잠재적 경영권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경영을 효율화하고 다수의 소수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경영행태를 유도하는 M&A의 긍정적 효과는 과소평가되기 쉬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업간 M&A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첫째, 정부의 경영권보호와 퇴출보호 등에 기인한 기업경영권 프리미엄이 축소돼야 하며 둘째, M&A중개에 전문화된 금융기관과 거래를 지원할 수 있는 자금조달수단이 확충돼야 하고 셋째, M&A에 제약요인이 되는 증권거래법.공정거래법.세법 등 관련법과 제도의 개편이 적극적으로 모색될 필요가 있으며 넷째, 기업간 M&A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국민정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향후 M&A 관련제도의 개선은 공정하고 투명한 게임규칙을 설정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최근의 M&A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공시의무가 강화되고 25%이상의 지분을 원하는 공격자는 50% 이상의 지분매입이 의무화되는 등 적대적이고 과도한 M&A에 대한 견제장치는 어느 정도 마련된 바 있다.

추가적으로 M&A와 관련된 방어및 공격수단의 적법성을 보다 명확히 함으로써 이에 수반되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M&A에 필요한 자금조달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해 관련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며, 미국의 투자은행과 같이 충분한 전문성과 자금력을 갖고 M&A를 중개할 수 있는 전문기관의 육성도 시급하다.

공정거래측면에서는 M&A로 인해 출자총액제한 등에 걸릴 경우 이를 일정기간 유예해주며 기업분할제도를 허용해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화시대에 부응해외국인에 의한 M&A 활성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기업간 M&A의 활성화는 현재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비효율성과 경쟁력 저하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정책수단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박경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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