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일의 Inside Pitch Plus <98>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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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 16면

컨버전스(convergence·융합)란 단어가 낯설지 않다. 시대의 화두다. 미디어에서는 올해를 ‘컨버전스 원년’이라고 선언하기도 한다. 방송과 통신, 방송과 인터넷이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들의 융합으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조성될 것이며, 본격적으로 이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쪽이 성공할 거라는 예상을 한다.

미디어 융합시대, 스포츠가 잊지 말아야 할 것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스포츠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라디오 시대와 TV 시대에서 스포츠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떠올리면 오싹해진다.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로 시작되던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모든 정보를 의지했던 그 시절. 라디오 수신기가 경기장인 것처럼 스피커에 귀를 가까이 대고 가슴을 졸였던 그 시절과 경기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경기장 안에 앉아 있는 것처럼 생생한 장면과 함성, 심지어 그 안의 광고까지 함께 소비하게 된 지금의 환경을 생각하면 말이다. 이제, 아래 장면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장면 1=가족 4명이 함께 경기 관람을 하기로 한 김 아무개씨는 티켓 4장과 통닭 1마리, 생맥주 2잔을 휴대전화로 주문한다. 조금 지나 좌석번호와 음식 배달 시간을 문자로 통보받고 OK 사인을 보낸다.

장면 2=여러 명의 팬이 관중석에서 휴대전화로 방금 역전골을 넣은 선수가 입고 있는 유니폼 상의를 주문한다. 모니터로 주문을 확인한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그 선수의 유니폼 재고량을 확인한 뒤 경매에 부치고 가장 높은 가격인 80만원을 제시한 팬에게 낙찰됐음을 알린다.

위 글은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이 ‘스포츠 동아’에 기고한 글 가운데 일부다. 상상의 미래가 아니다. 실제로 경기장 티켓을 구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는 장면은 거의 사라졌고,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대신 “인터넷 예매 시작 몇 분 만에 표가 매진됐다”는 뉴스는 더욱 익숙해질 것이다. 환경의 변화가 만들어 내는 장면이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위와 같은 ‘U-스포츠(유비쿼터스 스포츠)’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유비쿼터스(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자유롭게 통신망에 접속해 갖은 자료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와 스포츠의 접목이다.

스포츠와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의 거미줄 세상 ‘웹(web)’이 결합된 ‘스포타이즈드 웹(sportized web) 역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개념이다. 이는 웹이 주도하는 트렌드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국내 스포츠 산업 역시 웹의 장점을 활용한 콘텐트 시장이 발굴되고 개척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디지털화된 다양한 형태의 콘텐트가 갈수록 개인화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하게 개발되어야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그래야 연간 11조원이 넘는 국내 디지털 콘텐트 시장에서 스포츠 콘텐트가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유비쿼터스 스포츠’나 ‘스포타이즈드 웹’처럼 컨버전스 시대의 스포츠 환경은 빠르게 변할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그런 환경의 변화에 대비하면서도 꼭 챙겨야 할 것이 있다. 영화 ‘워낭소리’가 준 교훈. 시대적·환경적 변화에도 본질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스포츠가 갖고 있는 땀의 의미, 그 감동의 드라마적 요소를 살려 가는 노력은 필요조건으로 동반되어야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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