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배구에 뿌리깊은 한국魂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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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이탈리아는 세계남자배구의 최강이지만 그 중심에 흐르는 혼 (魂) 은 '메이드 인 코리아' 다.

이탈리아는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네덜란드에 풀세트 접전 끝에 3 - 2로 패해 금메달을 내줬지만 총상금 8백만달러의 97월드리그를 제패한 세계챔피언. 이탈리아는 출범 52년째를 맞는 세계 최강의 프로리그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바로 이곳에서 한국 출신의 배구인들이 '코리아의 혼' 을 심고 있다.

한국 배구의 이탈리아 진출사에 첫 족적을 남긴 인물은 78년 로마세계선수권대회 직후 팔코나라클럽에 진출, 이탈리아 프로리그 진출 1호를 기록한 70년대 아시아 최고의 거포 박기원 (46) 씨. 박씨는 현재 베네치아에서 승용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비체사의 2부리그 강호 스키오클럽 지휘봉을 잡고 있다.

박감독의 이탈리아 진출 이후 한국 배구인의 이탈리아 진출은 봇물이 터진듯 활발했다.

박감독이 이탈리아에 첫발을 디딘지 3개월후에는 76년 한국여자배구가 구기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냈던 몬트리올올림픽 신화의 주인공 조혜정씨를 비롯, 이인.김호철.변경자.심순옥씨가 잇따라 로마에 입성했다.

이중 가장 빛나는 전과를 남긴 배구인은 80년대까지 세계 최고로 군림했던 '컴퓨터 세터' 김호철 (42) 씨. 81년초 이탈리아로 건너온 김씨는 95년 27년간의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지도자로 변신, 현재 이탈리아 최고의 명문 트레비소클럽 감독으로 활약중이다.

트레비소는 올 5월 끝난 이탈리아 1부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여자청소년대표 1세대로 군산여상 - 대우실업 - 도로공사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엄익순 (40) 씨는 피렌체 2부클럽인 피스토이아에서 3년째 감독을 맡고 있다.

또 일신여상 - 도로공사를 거쳐 83년 이탈리아에 진출한 원영례 (37) 씨는 올해 로마1부그룹에서 센터와 라이트로 활약했다.

이밖에 김호철씨와 대신고 동기생인 김성오 - 변경자 부부, 후지필름 출신의 문정숙씨등도 이탈리아에서 한국 배구의 위상을 한껏 높이고 있다.

카타니아 (이탈리아)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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