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해진 가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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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확 바뀌었네.”

23일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서소문로. 회사원 이영희(24)씨는 신문을 사려고 가판대를 찾았다가 확 달라진 가판대 모습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이씨는 “전에는 칙칙하고 낡은 느낌이었는데 차분해 보이고 깨끗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새 가판대는 색상부터 달라졌다. 기존 가판대는 밝은 회색 계통이었으나 새 가판대는 짙은 갈색이다. 서울시에서는 ‘어두운 기와색’으로 부른다.

지난해 겨울 서울시 중구. 비닐까지 둘러 많은 면적을 차지하던 낡은 가판대(左)가 편안한 기와색으로 갈아입었다. [김성룡 기자]


김성수 서울시 가로환경개선팀장은 “색상이 튀지 않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와 잘 어울리는 색상”이라며 “선진국에서는 주위와의 조화를 고려해 어두운 색으로 가판대를 꾸민다”고 설명했다. ‘Reginald’라고 이름을 밝힌 한 외국인은 “유치한 민속화로 꾸민 것보다 새 가판대가 훨씬 세련돼 보인다”는 칭찬을 서울시 홈페이지에 남겼다.

새 가판대는 크기도 커졌다. 종전 가판대는 가로 2.65m, 세로 1.5m에 높이가 2.5m였다. 신형은 가로 폭(2.8m)과 높이(2.7m)가 늘어났다. 대신 세로는 1.4m로 비교적 날렵한 모습이다.

가판대 내부의 천장에는 에어컨이 내장되어 있고 음료 판매용 냉장고를 놓을 자리도 마련돼 있다. 예전에는 공간이 부족해 에어컨은 지붕 위에 올려놓고 냉장고는 가판대 밖에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부에는 짐을 올려놓을 선반도 만들어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서소문로 가판대에서 담배·신문을 파는 김모(54)씨는 “안쪽 공간이 넓고 밝아져 장사하기 편해졌다”고 말했다.

새 가판대의 제작비는 평균 800만원이다. 교체비용은 전액 서울시가 댄다. 대신 가판대 운영자들은 연간 60만~70만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서울시는 올해 가판대 2875개(구두 수선대 1367개 포함)를 모두 바꿀 계획이다. 23일 현재 960개를 바꿨다. 3월에는 새 구두 수선대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새 가판대가 반갑지 않은 상인들도 있다. 새 가판대는 떡볶이나 튀김·어묵 같은 음식을 조리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판대에서의 음식 조리와 판매는 위생상 이유 때문에 불법이다. 김밥· 햄버거 등 별도의 조리가 필요 없는 음식만 팔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음식을 만들어 팔아왔다. 상인 정모씨(47·여)는 “수입이 50% 이상 떨어질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김병환 서울시 가로환경개선담당관은 “시민들의 먹거리 안전을 위해 거리에서 불법으로 음식을 조리해 판매하는 게 어렵도록 구조를 만들었다”며 “지속적으로 단속도 하겠다”고 말했다.

임주리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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