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불안,종합대책 나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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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금융시장의 불안이 육안으로 보이는 거리에 다가와 있다.

18일 한은 (韓銀) 이 이례적으로 두차례에 걸쳐 1조1천억원의 긴급자금을 방출했다.

원화뿐만 아니다.

한은은 시중은행과 종금사 (綜金社) 의 달러부족을 엄호하기 위해 최근 1주일동안 10억달러를 지원했다.

그럼에도 시중금리와 달러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금융시장 불안증상의 일부다.

이렇게 된 근본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국내외시장 판매액의 급격한 감소와 영업손실이 방아쇠를 당겼다.

과다부채가 화약역할을 했다.

부채안에는 원화뿐만 아니라 달러화 부채도 들어 있다.

그 상환이 불가능해지면 기업의 재무위기는 금융기관의 재무위기에 직접, 그리고 순식간에 연결된다.

올 상반기에 7천2백23개 기업이 도산했다.

최악으로 보이던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서도 31%가 증가한 것이다.

8대 시은 (市銀) 의 부실채권은 한보.삼미등 5개 대기업의 도산으로 3분의1이 증가해 총 12조9천억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기아.진로.대농 3개 그룹에 물려 있는 부실채권액만 해도 3조7천억원에 달한다.

안그래도 부실한 금융기관에 이처럼 부실채권이 급격하게 불어나자 외국금융기관은 한국계 은행에 대해 여신을 중단하거나 위험 가산 (加算) 금리를 대폭 올리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의 진짜 가공스러운 면모는 이 점에 있다.

겨우 경기회복의 낙관론 등에 편승해 일시 회복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이 좌절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남아 제국을 강타하고 있는 금융불안의 태풍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 상륙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태풍재해대책본부와 유사한 종합적 금융위기대책본부가 설립돼야 한다.

그러나 한은이 돈을 찍어 구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해만 증대시킬 수도 있다.

기업의 금융기관 부채상환의 일정기간 연장, 정부.중앙은행차원의 외환보유고 확보, 기업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노동조합의 유연성 확보대책 입법등이 이 대책본부가 할 일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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