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시각' 변하나…박근혜 대표 6·15행사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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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6.15 남북 공동선언 4주년 기념 토론회'가 끝난 직후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 간의 간담회. 이 자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였다. 한나라당 대표가 6.15 공동선언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지금껏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퍼주기'라고 비난하며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평가절하해 왔다. 그런 만큼 이날 박 대표의 행사 참석은 한나라당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표에게 "(북한에) 한번 다녀오셨죠"라고 말을 건네며 "남북관계는 뜻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나라당이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표는 "여야가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를 만드는 데 합의했으니 특위가 구성되면 초당적으로 대북문제를 잘 의논하겠다"고 화답했다.

행사가 끝난 뒤 박 대표는 "6.15 공동선언은 남북 간의 화해협력과 긴장완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한나라당은 앞으로 (남북교류에 있어)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이런 태도에 따라 당내에서 보수적인 대북 강경 목소리가 잦아진 대신 전향적인 주장들이 쏟아졌다. 이날 오전 열린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도 6 .15 공동선언에 대한 긍정적 발언들이 많았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6.15 선언은 남북대결 시대에서 화해 시대로 바꾼 사건이었다"고 평가한 뒤 "우리 당은 정파를 초월해 한반도 평화정착 등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며 전향적 자세로 따뜻하고 유연한 대북정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경제교류 협의 차원에서 (남북 간) 교류 활동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투명성 확보의 원칙 하에서 당 차원의 전향적인 입장을 수일 내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튼 지도자로 재평가해야 한다"며 "당내 개혁파 의원들의 모임인 '수요 공부모임'에 김 전 대통령을 방문하자는 제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선교 대변인은 "6.15 공동선언은 화해와 협력시대로의 전환을 가져온 민족사적 대사건"이라고 치켜세웠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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