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추락참사]사고원인 7대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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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원인분석이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가간.기관간 이해관계와 사고책임 배상문제등을 둘러싸고 대한항공.괌 공항당국.미국 항공기 제작사등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체이상이나 돌개바람등 악천후, 대형 기종 투입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보다 공항시설및 관제 잘못이나 고도착각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는 항공전문가들의 분석이 우세하다.

블랙박스 분석에 앞서 풀리지 않는 7가지 의문을 관계기록및 관련자 진술등을 근거로 따져봤다.

◇ "섬싱 롱 (Something wrong)" =6일 오전1시55분 (현지시간) 사고직후 괌공항 관제탑은 대항항공 괌지사와의 전화연락에서 "무언가 잘못됐다 (섬싱 롱)" 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이 말은 사고기 조종사가 기체이상을 관제탑에 알린 내용이라는 일부 외신 보도와는 달리 괌 공항당국이 관제장치등 공항설비 고장이나 관제및 착륙유도 실수를 뒤늦게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대한항공측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 사고전 기내 화재 = 탑승객과 사고목격자들은 사고기 화재는 여객기가 추락한 직후 발생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사고기 탑승객 이용호 (34.국립의료원 입원중) 씨는 괌에서의 조사과정에서 "몸이 기체밖으로 퉁겨오를 때까지 기내에서는 아무런 기체이상이나 화재, 심한 흔들림등을 일체 느낄 수 없었다" 고 진술했다.

사고현장을 목격했다는 니미츠 힐 지역 주민들도 "지상에 충돌한 사고기가 1분여동안 지상을 활주한 뒤 멈춰섰고 기체가 부서지며 거대한 불길을 내뿜었다" 고 일관된 증언을 하고있다.

◇ 사고 당시 돌풍 = 현지 기상관계자와 생존자들의 증언등을 종합해 보면 당시 공항주변 기상은 항공기 추락사고 (마이크로 버스트)가 빚어질 정도의 심각한 악천후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탑승객 이용호씨나 홍현성 (35.국립의료원 입원중) 씨는 "착륙전 약간의 흔들림은 있었지만 추락이나 사고가 예상될 정도로 동체가 심하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고 증언했다.

특히 괌 국가기상서비스 관계자도 "사고당시 소나기는 내렸지만 돌풍등 특이한 기상상태가 빚어지지 않는 정상 (NORMAL) 상황이었다" 고 말했다.

◇ 결심고도 지났나 = 괌공항 결심고도는 4백56피트 (김포공항 2백피트) 지만 사고 당시 자동착륙장치 고장으로 5백60피트로 강화된 상태였다.

계기착륙이 불가능하므로 비정밀 접근으로 착륙을 시도해야 했는데 사고기는 활주로를 4.8㎞ (3마일) 앞둔 지점에서 해발 2백의 니미츠 힐에 추락했다.

정상비행을 했다면 사고지점 고도는 1천1백피트 (3백90) 정도여야 했다.

따라서 사고기는 결심고도 지점보다 훨씬 못미친 지점에서 이미 결심고도 수준을 유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 조종사 숙련도 = 사고기의 박용철 (朴鏞喆.44) 기장은 총 비행시간 8천7백75시간에 사고기종인 747비행시간만도 4천7백87시간인 베테랑급. 91년 이후 747기종으로 괌에 취항한 경력은 두번뿐이지만 92년까지 727기종으로 8번 취항한 경력이 있어 낯선 항로는 절대 아니다.

다만 朴기장이 자동착륙장치가 고장난 상태에서 야간비행으로 비정밀 접근 착륙을 시도할 수 있을 만큼 공항 특성및 주변 지형에 익숙했는지엔 의문이 있다.

그러나 2일부터 사고기 출발전까지 총 비행시간이 15시간 정도인 제주.홍콩 노선에 이어 괌노선에 투입된 朴기장의 피로정도는 의문으로 남는다.

◇ 비행기 이상 = 사고기는 5일 새벽 미국 앵커리지에서 도착한 후 제주노선에 투입됐다 1시간여만에 괌노선에 투입됐다.

대한항공은 "사고기가 3백50 비행시간마다 하도록 돼 있는 A점검을 지난달 12일에, 4천 비행시간마다 하는 C점검을 지난해 12월17일 마치는등 충분히 점검했다" 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고직전인 4일과 5일사이 비행후 점검이나 2시간정도 걸리는 중간점검을 제대로 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탑승객들은 적어도 사고발생 직전까지 사고기의 기체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사고기는 직접운항연료 1만4천3백갤런, 공항 상공에서 30분간 체공할 연료 1천8백갤런, 인근 사이판 공항까지 갈 수 있는 연료 1천4백갤런등 총 1만9천3백갤런의 법정연료외에 6천파운드 정도를 더 싣고 이륙, 회항에 필요한 충분한 연료가 있어 연료부족으로 무리한 착륙을 시도했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잃는다.

◇ 대형기 교체 = 대한항공이 공항시설이 고장난 괌노선에 평소 운항하던 A300 기종 대신 대형기를 투입한 것은 여름휴가철 성수기 승객폭주에 따른 것으로 법적인 하자는 없다.

사고의 간접원인을 제공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직접원인이 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미국연방항공청 (FAA) 으로부터 괌공항에 대한 747기종 운항허가를 받았고 8월1일에도 국내항공운항 규정에 따라 서울항공청에 신고를 마쳤다.

권영민.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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