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거대기업 잇단 부도, 30그룹 순위변화 가속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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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거대기업들의 잇따른 부실사태가 재계 판도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른바 30대그룹중 지난해 이후에만 한보.삼미.진로.우성.기아등 5개그룹이 부도.법정관리.부도유예협약 지정등으로 좌초했다.

이중 한보.삼미.우성등은 30대그룹 리스트에서 이미 빠진 상태. 또 상당수 그룹들이 계열사.부동산 매각등 '군살빼기' 로 몸집을 줄이고 있는 반면 부실기업 인수나 정보통신등 유망산업 진출을 통해 사세확장을 꾀하는 그룹도 있어 재계의 순위바꿈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철강.건설.유통업종에서 부실이 집중되면서 이들 업종은 일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가속화하는 판도변화 = 공정거래위원회가 93년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30대그룹을 처음 공식 지정한 뒤 탈락.진입그룹이 93년과 94년에는 1곳씩이었으나 96년 2곳, 지난해엔 4곳으로 늘었다.

재계 14위까지 올랐던 한보그룹과 삼미 (26위).우성 (27위) 의 '부도후 탈락' 이 변화의 주된 요인이다.

또 최근들어 진로 (19위).기아 (8위)가 부도유예대상으로 지정됐고, 금융권 경색에 따른 대기업의 추가도산 가능성도 있어 내년 4월의 30대그룹 신규지정때 상당한 순위바꿈이 예상된다.

진로는 18개 계열사를 4개로 줄이는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해 '술' 전문 중견기업이 되면서 30대그룹 탈락이 확실시되고 있다.

기아는 28개 계열사를 5개로 줄여 자동차전문그룹으로 남겠다는 계획. 이 경우 총자산은 14조2천억원에서 8조5천억원으로 줄어 현재 9위인 한화 (자산규모 10조9천7백억원)에 8위자리를 내주게 되는데 채권단이 추가 자구노력을 요청하고 있어 10위인 롯데 (자산규모 7조7천7백억원)에도 밀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제3자 인수가 추진되면 88년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탈락.진입사례가 없었던 10대그룹 리스트에도 변화가 오게 된다.

또 쌍용.한라.두산.한일.아남.신호그룹등 상당수 대기업들이 계열사.부동산 매각등 구조조정 노력을 벌였거나 벌일 계획이다.

그룹 덩치는 다소 줄어들되 재무구조는 튼튼해질 전망인데 이에따른 30대그룹내 순위조정도 예상된다.

한편 대농 (33위).한신공영 (50위) 을 비롯한 건영.삼립식품등 중견그룹들의 부실사태로 30대그룹 밖에서의 판도변화도 적지 않다.

◇ 뜨는 별도 있다 = 기아의 제3자 인수문제를 놓고 현대.삼성.대우등 3개그룹간 치열한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중 어느 그룹이라도 기아를 인수한다면 상위그룹내 판도가 달라지게 된다.

한보의 경우 포철.동국제강 컨소시엄이 인수할 경우 포철은 당장 신일본제철을 누르고 세계1위 철강업체가 되며, 동국제강은 재계순위가 현재 18위에서 16위 수준으로 올라서는 것은 물론 철강업계내 순위도 5위에서 2위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 인수자를 물색중인 우성.건영등도 계열사.보유부동산이 많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재계 서열에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지난해이후 한솔.신호.거평그룹등이 공격적 기업 인수.합병 (M&A) 을 통해 30대그룹에 진입한 것이 그 예다.

◇ 업종내 판도도 달라진다 = 철강업종은 조강생산 기준 포철 (2천4백만).한보 (4백만).인천제철 (3백80만).강원산업 (3백12만).동국제강 (2백50만) 의 순이었다.

그러나 ▶중견 전기로업체인 환영철강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신호그룹에 넘어간데 이어 ▶업계2위였던 한보철강이 쓰러지고 ▶삼미.기아의 국내 특수강산업 양분구도도 해체돼 이미 철강업계 전체가 지각변동에 들어간 상태다.

한보를 포철.동국이 분할인수하느냐, 인천제철등 현대그룹이 인수하느냐가 판도변화의 핵심 변수다.

건설업계도 문민정부 출범이후 한양.덕산.삼익.한보.유원.건영.한신공영등의 잇따른 도산으로 해체분해 상태. 또 유통업계는 진로.대농.한신공영, 자동차업계는 기아의 부실여파로 각각 구조조정을 겪게될 전망이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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