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탄생 200주년 열기 … 미국 대륙이 달아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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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2일(현지시간)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 대통령의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미국 전역이 링컨 열기로 가득하다. 200년이라는 특별한 숫자 외에도 흑인 노예 해방에 앞장섰던 링컨의 삶과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겹쳐지면서 다른 어느 때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

‘링컨의 재탄생’에 비유할 만큼 거대한 국민적 열기를 주도한 사람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지난달 20일 대통령 취임식 선서 때 링컨이 사용했던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후 집무실에 링컨 초상화를 걸어놓은 오바마는 12일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열리는 2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링컨이 주창한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전달할 예정이다.

이 행사에서는 로드아일랜드주 대법원장을 지낸 프랭크 윌리엄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문구로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1863년 11월 19일) 전문을 낭송한다. 오바마는 이날 오후 링컨의 성장지였던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를 방문해 링컨의 생애를 기릴 예정이다.

이번 주 내내 미국 곳곳에선 링컨 탄생 기념행사가 벌어진다. 1865년 링컨이 저격당한 장소인 워싱턴 포드극장은 2007년 5월부터 진행된 보수공사를 마치고 11일 다시 문을 연다. 극장은 1862년 노예해방 선언을 앞둔 5개월 동안의 링컨의 고민과 결단을 그린 연극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미 의회도서관에서는 12일부터 링컨이 사용한 성경, 노예 해방 선언 1차 초안, 게티즈버그 연설 원문 등을 전시한다. 링컨의 유품들이 대규모로 전시되는 것은 50년 만의 일이다.

링컨이 태어난 켄터키주 하젠빌시에서는 12일 스티브 비셰어 주지사와 에드먼드 모이 미 조폐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하고 새로 발행될 링컨 기념주화 디자인을 공개한다. 링컨 탄생 기념 1달러짜리 은화와 우표도 등장했다.

링컨 제대로 알기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금까지 링컨에 관한 책이 1만5000여 권이나 나왔지만 이달 들어 10여 권이 또다시 출간될 예정이다. 공영방송인 PBS는 12일 방영될 ‘링컨 탐구’ 프로그램에서 하버드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링컨이 인종편향적 어구를 사용했고, 흑인 지식층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며, 해방된 노예들을 나라 밖에 거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등의 새로운 사실을 보도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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