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엘피다에 공적자금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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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의 반도체 전문 업체인 ‘엘피다 메모리’가 일본 정부에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4일 보도했다. 기억용 반도체인 D램 분야의 독일 ‘키만다’가 도산한 데 이어 이 분야 전문 업체인 엘피다도 경영 악화 위기에 몰려 긴급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엘피다는 일본에서 ‘공적자금 투입 1호 민간기업’으로 기록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은행·신용금고에 대해서만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나 3일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켜 4월부터 민간기업에 공적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일본 정부는 국책 금융회사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을 통해 엘피다의 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공적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자금지원 규모는 500억 엔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엘피다는 현재 1500억 엔의 가용자금을 보유하고 순자산도 지난해 9월 말 3024억 엔에 달해 당분간 자금 사정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반도체가 거액의 설비투자는 물론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필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미리 자금을 확보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엘피다는 자본 확충과는 별도로 생존 보장을 위해 대만업체와의 경영 통합도 추진하고 있다.

엘피다는 PC 등에 사용되는 D램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일본 유일의 반도체 업체이며 세계시장 점유율은 16%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가격의 급락과 가을 이후 본격화된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3월말 결산에서 1000억 엔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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